한 달 동안 317억 분(分)...카카오톡이 197억 분으로 2위, 네이버 126억 분 3위 / 이지은 기자
앱/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2018년 11월 한 달 동안 국내 안드로이드 앱 총 사용 시간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 1위는 유튜브로 총 사용 시간은 317억 분이었다. 이어 카카오톡이 197억 분으로 2위, 네이버가 126억 분으로 3위, 페이스북이 39억 분으로 4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유튜브 사용 시간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총 사용 시간인 317억 분 중 10대가 86억 분으로 전 세대 중에서도 유튜브를 가장 오래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50대 이상이 79억 분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20대, 30대, 40대보다 10대와 50대 이상이 유튜브를 더 오래 사용했다는 결과였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10대를 흔히 영상세대, 또는 Z세대라고 한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세대를 말한다.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정보를 검색할 때 인터넷 포털사이트보다 유튜브를 이용한다. 유튜브는 영상을 통해 정보를 쉽고 재밌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이수정(12, 부산시 남구) 양은 수학 개념인 ‘약분’을 이해하기 위해 텍스트로 돼 있는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보다는 유튜브에서 검색했고, 쉽게 설명해놓은 영상을 보면서 약분을 완벽히 이해했다. 그는 “유튜브가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이유는 영상이 글보다 쉽고 지루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많은 50대 이상이 여가를 보내기에 유튜브는 안성맞춤이다. 유튜브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도 쉽고 재밌게 이용할 수 있다. 주부 김영남(52, 경남 진주시)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유튜브에 들어간다. 요리할 때 유튜브 영상을 보고 따라 하기도 하고, 옛날 노래를 듣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영상을 보며 운동을 하기도 한다. 하루 중 틈이 나면 다양한 종류의 유튜브 컨텐츠를 즐기는 그는 “유튜브 속에 있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전했다.
20대, 30대, 40대는 생활이 바쁜 학생이거나 직장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10대와 50대 이상보다 유튜브 사용 시간이 적다. 대학생은 정보를 검색할 때 아직 유튜브보단 네이버나 구글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용하고, 그후 부족한 정보가 있으면 추가로 유튜브로 넘어간다. 이들 젊은 세대들은 유튜브를 검색 용도보다는 재미용으로 더 많이 사용한다. 대학생 제정은(22, 부산시 남구) 씨는 “정보를 찾을 때 아직까진 유튜브보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는 것이 익숙하고, 유튜브는 심심함을 풀어주는 재미 용도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10대와 50대 이상의 유튜브 중독을 이끄는 이유 중 하나는 유튜브의 구독과 알림 기능이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채널을 구독한 뒤, 그 채널의 알림을 켜놓으면, 해당 채널에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알림이 온다. 예를 들어, 게임 채널인 ‘김재원의 즐거운게임 세상’의 구독자는 133만 명, ‘악동 김블루’의 구독자는 147만 명이다. 정치 채널인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세상’의 구독자는 74만 명, ‘TV홍카콜라’의 구독자는 26만 명이다. 이렇듯 각자 좋아하는 분야의 채널에 구독을 해두고 알림 기능까지 사용하면, 관심 분야의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을 수시로 볼 수 있다. 대학생 김지은(22, 경북 포항시) 씨는 “좋아하는 채널의 동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알림이 와서 나도 모르게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구독을 이끄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다 들어있고, 유튜브의 채널의 다양성 때문이다. 흔히 대리 만족을 하기 위해 보는 먹방 채널, 잠이 오지 않을 때 보는 ASMR 채널, 제품 후기가 궁금할 때 보는 리뷰 채널, 메이크업이나 헤어, 몸매 등을 다루는 뷰티 채널, 오로지 재미를 위한 유머 채널 등 다양한 채널이 있는 것도 유튜브 인기에 한몫을 한다.
이런 다양한 요인 중 우리를 유튜브에 갇히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다음 동영상’이다. ‘다음 동영상’은 시청 중인 동영상 옆이나 아래에 표시되는 여러 영상으로, 현재 시청 중인 동영상과 유사한 종류의 콘텐츠를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선택해서 제시해준다. 다음에 이어서 시청하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보고 있는 사람의 취향에 어울리는 콘텐츠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를 ‘맞춤 동영상’이라고도 한다.
미용사 이창숙(56, 경북 포항시) 씨는 가수 조용필 팬이라 유튜브로 조용필 노래를 자주 듣곤 한다. 조용필 노래 <그 겨울의 찻집> 무대 영상을 보고 있으면, 아래 ‘다음 동영상’에 조용필과 이선희의 듀엣 영상이 뜬다. 궁금해서 그 영상을 보면, 또 ‘다음 동영상’에 이승기와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듀엣 영상이 뜬다. 그는 “이런 식으로 자꾸 ‘다음 동영상’을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고 말했다.
평소 진보 성향이 강한 직장인 이현철(54, 경남 진주시) 씨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채널을 구독해놓고 즐겨 보고 있다. 덕분에 그의 유튜브 홈은 ‘맞춤 콘텐츠 기능’으로 진보 성향의 영상만 가득하다. 그는 “유시민의 알릴레오 영상을 하나 틀어 놓고 자동 재생 기능을 켜두면, 내가 좋아하는 관련된 영상들을 자동으로 연속해서 볼 수 있어서 자주 그렇게 한다”고 전했다. 반대로 보수 성향이 강한 사람의 유튜브 홈은 보수 성향의 영상만 나열된다.
이렇듯 50대 이상의 시간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많이 보는 이유는 흘러간 노래나 정치 동영상의 다음 동영상 또는 맞춤동영상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맞춤 동영상’ 기능의 원리는 유튜브, 구글, 크롬에서의 활동이다. 평소 유튜브나 구글, 크롬에서 많이 검색해서 본 주제가 유튜브 검색 결과와 연동돼 유튜브 맞춤 동영상, 다음 동영상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유튜브는 AI 테크놀로지를 사용해서 한 사람의 시청 기록, 검색 기록, 좋아요를 표시한 동영상, 생성된 재생 목록을 조사해서 그 사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사 콘텐츠를 추천한다.
따라서 유튜브 중독의 핵심적인 원인은 ‘맞춤 동영상’이 될 수밖에 없다. 유튜브가 관심 있는 주제를 자동으로 파악해서 자연스럽게 맞춤 동영상으로 띄워주다 보니, 일반인들이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다음 콘텐츠, 또 그 다음 콘텐츠를 연속적으로 시청하게 돼 빠져나오기 힘든 것이다. 하나의 동영상만 보고 말기엔 관심 분야의 동영상이 줄줄이 대기하면서 사람들을 유혹한다.
‘맞춤 동영상’과 같은 기능은 유튜브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 적용된다. 한 사람이 온라인에서 어떤 상품을 사면 그 사람이 들어간 다른 사이트에 비슷한 상품이 광고로 뜬다. 또한 영화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도 어느새 그 사람이 평소에 자주 보는 장르의 영화를 추천 영화로 띄워준다. 이렇듯 특정 사이트들이 평소 관심 분야를 귀신처럼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추천하거나 제안한다. 대학생 김영주(22, 부산시 남구) 씨는 “여행을 가려고 스마트폰 앱으로 숙소를 예약했는데 페이스북에 예약한 숙소와 비슷한 곳이 광고로 계속 떠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 유혹에서 벗어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감상한 동영상’이나 ‘검색 기록’이 더는 ‘맞춤 동영상’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려면, 감상한 동영상과 검색 기록을 일시중지하면 된다. 일시중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유튜브 ‘설정’에서 ‘기록 및 개인정보 보호’에 들어가 ‘시청 기록 일시중지’와 ‘검색 기록 일시중지’를 켜면 된다. 또한 좋아요를 표시한 동영상과 직접 만든 재생 목록을 삭제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맞춤 동영상을 보는 재미를 일부러 끊으려는 사람은 적다. 직장인 안창현(51, 경남 김해시) 씨는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내용을 알아서 올려주는데 굳이 그런 기능을 끊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다. 유튜브는 특정 단어만 검색해도 쉽게 음란물에 노출될 수 있다.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은 ‘다음 동영상’ 또는 ‘맞춤 동영상’으로 인해 음란물을 연속적으로 볼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중학생 김동현(14, 경남 김해시) 씨는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유튜브로 음란물을 본다”며 “유튜브에서 성인물을 차단하면 어느 정도 걸러지지만 걸러지지 않은 것들이 연속적으로 기다린다”고 말했다.
또한 새벽까지 유튜브를 보는 대학생에게는 수면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학생 조한슬(22, 경남 창원시) 씨는 “학교 수업과 과제 때문에 바쁘게 낮을 보내다가 자기 전에 편하게 유튜브를 보는 게 낙”이라며 “유튜브를 연속적으로 보다 보면 잠을 놓지고 새벽까지 보게 되고, 그러면 잠이 부족해 다음날 수업시간에 졸게 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유튜브 때문에 조는 대학생이 많아졌다고 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