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더티 커피’가 유행이다. 특히 감성을 찾는 SNS 사용자에겐 더군다나 인기다.
더티 커피(Dirty-Coffee), 크림이나 우유를 컵 밖으로 넘쳐흐르게 담고 그 위에 초콜릿 또는 커피 가루를 지저분하게 뿌려놓은 커피다. 한마디로 의도적으로 ‘더티(dirty)’를 연출한 커피다. 독특한 이름과 비주얼 덕에 사람들은 "더 더럽게 만들어 주세요!"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더티 커피는 서울 용산구 용문동의 카페 ‘브랑쿠시’에서 처음 시작했다. 디저트를 만들던 중에 개발된 더티 커피는 디저트를 마시는 느낌의 커피를 만들 순 없을까 하는 탐구심에서 탄생했다. 커피 향이 가득한 크림과 에스프레소를 같이 즐기는 방식에 독특한 비주얼이 합쳐져 고객에게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더티 커피가 유행하면서 기존의 형태에서 조금씩 변형된 더티 커피도 등장하고 있다. 에스프레소를 핫초코나 그린티로 대체한 더티 초콜릿, 더티 그린티가 그 예다. 부산 부산진구 카페 ‘유월 커피’에서는 전 메뉴 중 더티 초콜릿이 매출 1위를 차지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월 커피의 한 직원은 더티 초콜릿의 인기 비결에 대해 “깔끔한 비주얼의 커피를 추구하는 기존의 틀을 깬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더티 커피의 비주얼뿐만이 아니다. 더티 커피를 접해본 대학생 김여미(22, 부산 동래구) 씨는 “처음엔 비주얼만 화려하고 맛은 별로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있었는데, 비주얼만큼 맛도 뛰어났다”며 “커피의 쓴 맛과 크림의 단 맛이 잘 어울려서 이제는 단짠의 시대가 아닌 달쓰다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며 칭찬했다.
더티 커피가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뭘까? 경성대 심리학과 임낭연 교수는 이를 두 가지 인간의 본능과 연관 지어 본다. 첫 번째는 단맛을 추구하고 좋아하는 본능이다. 인간의 역사 대부분의 기간에서 인간은 지금처럼 열량이 넘치는 시대에 살지 않았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많은 열량을 지니는 단맛을 추구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인간은 단맛을 선호하는 성향을 타고 난다.
임 교수는 “더티 커피의 비주얼을 보면 커피 위에 단맛의 크림, 단맛의 초콜릿과 초콜릿 파우더 등이 넘치도록 뿌려져 있어서 마치 단맛이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며 “단맛을 좋아하는 인간의 뇌가 더티 커피의 달아 보이는 모습에 끌리도록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핫하다는 것, 인기 있다는 것,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나도 경험해 보고 싶다는 군중 심리다. 현대 사회의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문화'까지 접목돼 군중 심리를 더욱 자극한다. 임 교수는 “커피잔 위로 흘러넘치는 내용물들이 카메라에 화려하게 잡히기 때문에 인증샷에 적합한 아이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은 더티 커피가 다른 커피 종류들만큼 대중화되진 않은 상태다. 더티 커피를 파는 카페에 가야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여러 카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메뉴가 되지 않을까. 김여미 씨의 말처럼 단짠을 이어 달쓰다의 시대는 과연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