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35, 경남 양산시 중부동) 씨는 작년 12월 부산에서 대구로 가는 시외버스 안에서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다. 버스기사가 운전 도중 핸들 왼편에 스마트 폰을 두고 동영상을 보면서 웃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차들이 시속 100km 이상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기사가 전방주시를 하지 않고 동영상을 보는 모습에 불안하고 도착할 때까지 마음 졸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적발될 경우 벌점 15점과 벌금 7만 원을 내게 된다. 버스 운전자들은 40점이 되었을 때 법규 교육 4시간과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운전자 벌점제도는 교통법규 위반 때나 교통사고를 냈을 때 법규 위반의 경중과 피해 정도 등에 따라 교통경찰이 벌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에 따라 점수 합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될 수 있다. 부산 남부경찰서 교통경찰 최모(42) 경위는 하루에 많게는 5건 정도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을 적발하기도 한다. 김 경위는 “시내는 모를까, 고속도로를 달리는 고속버스는 아무래도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버스 이용객이 직접 운송업체에 운전자의 휴대전화 사용 사실을 알렸을 때 버스 운전기사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대학생 문태웅(28,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씨는 통학을 위해 창원과 부산을 오갈 때 시외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버스를 탈 때, 기사들의 핸드폰 사용으로 불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문 씨는 “한 번은 시외버스 기사가 고속도로 운전 중에 도로에서 아는 차를 만나자 전화통화까지 하면서 그 차량 옆에 바싹 붙어서 장난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 씨는 너무 황당해 차에서 내린 직후 시외버스 터미널에 신고했지만 터미널 측으로부터 기사에게 주의를 시키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처벌이 이루어졌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부산 사상 시외버스 터미널 관계자는 “버스 기사에 대한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사규에 따라 엄중히 처벌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2010년 167건에서 2015년 259건으로, 최근 4년 사이 55% 늘어났다. 부산 북부경찰서 윤형기(48) 경위는 “대중교통인 버스운전 기사는 승객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승객들도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버스를 봤을 때, 동영상 등으로 촬영한 뒤, 국민신문고나 사이버경찰청 신고 민원포탈에 고발하면, 당국이 해당 운전자에게 적절한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