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정보, 강의평, 중고거래 등은 대학생활에 유용
인신공격, 남녀 혐오 논쟁, 성 담론 등 익명성 악용하는 저질 대화가 문제
대학 생활에 편리함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대학생 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은 많은 대학교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활발히 이용하는 인기 소통 공간이다. 에브리타임 이전에 페이스북에서 대학생들의 커뮤니티로 인기를 모았던 대학교별 ‘대나무 숲’이나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에브리타임이 커지자 전보다 활동이 위축됐다.
에브리타임은 전국의 400여 개 대학에 서비스를 지원하는 대학교 커뮤니티 앱으로,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필수 앱이 됐다. 에브리타임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에브리타임에 가입한 대학생은 362만 명이며, 작성된 게시물은 모두 4억 2990만 건이 넘었다. 에브리타임 내에서는 모두가 익명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그만큼 학생들은 솔직하게 할말 못할 말 다 한다.
에브리타임의 정체부터 살펴보자. 먼저 특정 학교 에브리타임에 가입하려면, 신청자가 그 학교 학생인지를 증명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교는 학생들에게 [email protected] 형태의 그 학교 웹메일 계정을 제공한다. 신청자가 그 학교 학생이라는 당연히 해당 학교 웹메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 웹메일 인증하기’를 누르고 학교 웹메일을 써넣는다. 이어 발송 버튼을 누르면, 학교 웹메일로 ‘학교 인증 확인 메일’이 오고, 메일에 있는 링크를 열면 학교 인증이 완료된다. 당연히 그 학교 웹메일을 가진 재학생이나 졸업생은 그 학교 에브리타임 가입이 가능하지만, 대학원생, 학점교류생, 교직원, 조교 등은 학교 인증을 할 수 없다. 졸업생 중에도 입학년도가 너무 오래 됐을 경우에는 인증이 불가능할 수 있다.
에브리타임 앱이 처음 출시된 2011년도에는 시간표 기능이 주 기능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최근에는 시간표 및 학업 관리 기능, 중고 교재 거래를 할 수 있는 책방 기능, 강의평을 볼 수 있는 강의평가 기능, 다양한 게시판 기능 등이 추가됐다. 이중 대학생들의 참여율이 가장 높은 것은 게시판 기능이다.
에브리타임의 게시판 메뉴에 들어가면, 공감 10개를 받으면 선정되는 HOT게시판과 공감 100개 이상을 받은 게시물이 순위별로 게시돼있는 BEST게시판이 있다. 다음으로 책방 게시판이 있는데, 이 게시판을 통해서 중고 책을 사고 팔 수 있다. 판매자가 중고 책을 올리면 구매자는 책 상태와 거래 수단을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쪽지를 보낸다. 게시판 중 장터 게시판이 비슷한 기능을 한다.
그 밑에 강의평가 게시판이 있다. 이 게시판에서는 학생들끼리 강의평과 교수평을 공유하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자유, 비밀, 홍보, 정보, 취업, 장터 등 기본 게시판이 있고, 그 외에 각 대학별로 재학생 누구나 개설 가능한 주제별 게시판이 있다.
에브리타임의 시간표 메뉴에 들어가면, 시간표 및 학업 관리를 할 수 있다. 이 기능은 대학생들이 에브리타임에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강의시간표에서 수업을 검색하여 시간표에 추가하면 오늘 수업, 다음 수업, 할 일 등을 알려준다. 에브리타임 아이디 또는 카카오톡으로 친구를 초대해 친구를 맺으면 친구의 시간표를 볼 수 있으며, 학점 계산 기능도 있다.
또한 다른 이용자와 1대1로 쪽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게시판에 익명으로 작성된 글 또는 댓글 작성자에게 쪽지를 보내면 익명으로 발송되며, 닉네임으로 작성된 글 또는 댓글 작성자에게 쪽지를 보낼 경우에는 자신의 닉네임으로 발송된다.
에브리타임의 일부 게시판 기능은 편리하고 유익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먼저 학교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대학생 김영주(22, 부산시 진구) 씨는 “가끔 실시간 인기 글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고 우리 과가 아닌 다른 과와 학교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학교와 관련되지 않더라도 대학생으로서 평소 궁금한 것을 알고 싶을 때 에브리타임이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대학생 이주용(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어떤 옷을 살지 한참 고민하다가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물어본 적이 있는데 여러 사람들이 친절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말해줘서 그걸 참고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 안나영(22, 경남 김해시) 씨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익명이라 마음 편하게 물어보는데, 익명성이 좋게 작용해서 솔직한 답변을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책방 게시판과 시간표 기능은 에브리타임의 인기 기능이다. 대학생 김지은(22, 경북 포항시) 씨는 “에브리타임 책방에서 중고 책을 판매해 본 적이 있는데, 더 이상 쓰지 않는 책을 서로가 만족하는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우지민(22, 서울시 동대문구) 씨는 “시간표를 추가해두면 오늘 수업과 다음 수업 알림이 오기 때문에 굉장히 편하다”며 “수강신청 전 시간표를 짤 때도 에브리타임의 강의평을 꼭 참고하는데 여러모로 유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가짜뉴스가 판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대학생 김지호(22, 경남 양산시) 씨는 “허위 사실로 누군가를 저격하고 물타기하는 글이 자주 보인다”며 “게시판이 원래의 목적을 잃고 학교 고발 장소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남녀 혐오의 장이 되기도 하고, 익명성에 숨어 남을 모욕하는 등 명예훼손을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학생 허시언(20, 경남 양산시) 씨는 “익명이라 말을 가리지않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기 불편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생 조한슬(22, 경남 창원시) 씨는 “익명제도 때문에 모욕하는 글, 비방하는 글이 많이 보여서 요즘엔 에브리타임에 들어가기가 싫어진다”며 “신고제도가 더욱 엄격해져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쓸데없이 많은 종류의 게시판에 대해 언급한 학생도 있었다. 대학생 이나은(22, 부산시 동래구) 씨는 “허언증 게시판, TMI(Too Much Information) 게시판, 공부 안 될 때 소리 지르는 게시판 등 쓸데없는 게시판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에브리타임 커뮤니티 이용의 공식 지침에서는 욕설, 비아냥, 비속어 등 예의범절에 벗어난 게시물, 혐오스럽거나 타 회원을 놀라게 하는 게시물, 성적 비하를 포함하는 게시물, 특정인이나 단체/지역 등을 비방하는 게시물, 논란 및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게시물, 외설, 음란물, 음담패설, 신체사진, 익명을 악용한 여론 조작 등에 해당하는 게시물과 게시판 개설을 금지하고 있다.
이용규칙을 위배하면 삭제, 중단, 변경 등 제재가 가해질 수 있으며, 회원은 자격 및 권한을 제한, 정지, 박탈당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게시판에는 이유 없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게시물이 많았고, 대놓고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성 게시판’에는 음담패설이 가득했다.
당연히 신고 제도가 있다.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신고 버튼을 이용해 신고할 수 있다. 신고는 자동 신고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처리되며, 신고가 누적된 회원은 접근 제한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제재를 받으면 접근제한 안내 쪽지가 가고, 게시판에 접속할 경우 ‘접근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일부 에브리타임은 회원들의 자정 능력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자동 신고 시스템만으로 깨끗한 커뮤니티를 만들기는 어렵다.
에브리타임 홈페이지에 개인정보 침해,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을 당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려 한다는 문의사항에는 “법적 조치는 에브리타임에서 처리되기 어렵습니다.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실 경우, 수사기관에 직접 의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답변이 달려있다. 에브리타임에서 익명의 힘을 빌려 사이버 모욕,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명예 훼손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동 신고 시스템 외에는 책임을 묻는 시스템은 없다.
대학생들의 최대 커뮤니티로 대학생활을 한층 편리하게 해준다는 장점과 익명으로 각종 모욕과 허위사실 유포 등 명예훼손을 범한다는 단점의 두 얼굴을 가진 에브리타임이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고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