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사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진 의미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아호인 거산(巨山)처럼 김 전 대통령은 한국정치의 큰 산 중 하나였다. 민주화운동의 거산이었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과 집권 후반기 정책 실패 등이 거산의 명예를 훼손시키기는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혁하려고 했던 대통령이었고 민주화운동의 지도자였다는 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장 잘 한 점과 못한 점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체제와 싸우며 개발독재 정권과 끊임없이 타협하지 않고, 투쟁을 통해 민주화운동을 지속했다. 그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민주화운동의 지도자가 됐다. 또 5공화국 군부독재의 기반이 됐던 하나회를 척결해 다시는 군이 정치에 개입할 생각을 못하게 만든 역할을 했다.
삼당합당이 우리 정치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삼당합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부산이다. 삼당합당 전에 부산은 야도(野都)였다. 그 당시 여촌·야도(與村·野都) 경향이 있긴 했지만, 김영삼이 있었기에 부산정치는 더욱 야성이 강했다. 부산 사람들은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보수세력을 믿고 지지했는데, 삼당합당 이후로 무게중심이 수구적인 보수세력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때문에 젊고 살아 움직이는 도시 부산은 삼당합당 이후로 수구적이고 늙은 도시로 변했다.
양김시대의 명암(明暗)을 평가해 달라.
밝은 면은 소신과 철학, 역량을 갖춘 정치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 중심으로 정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양김모두 민주개혁적인 보수세력이었기 때문에 개발독재라는 엄청난 세력에 대항해서 끝내 한국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양김시대와 현재의 한국정치 차이점은 무엇인가?
양김시대에는 어쨌든 목표를 비교적 바르게 세우고 리드해 나갔던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정치가 민주화된 것도, 정치 각 부문의 의사결정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것도 아닌데다 통솔할만한 뚜렷한 국가 지도자도 없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은데 자신들의 기득권유지, 정권유지 등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파적인 지도자들이 정권투쟁과 권력투쟁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 각 부문이 민주화되어 민주적인 역량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가 앞으로 정치판에 미칠 영향은?
앞으로 정치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퇴 후 시간이 많이 흘렀고, 김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 말년이 좋지 않아 당시에 김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지지해 그것을 중심으로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는 사람들이 없었다. 또 부산에라도 김 전 대통령 중심의 상도동계나김영삼계 인사들이 남아있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때문에 앞으로 총선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