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영화관에서는 차가운 에어컨뿐만 아니라 우리를 오싹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공포영화다. 공포물은 여름이 되면 빠지지 않고 흥행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장르 중 하나다. 이번 분기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공포영화를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영화 <변신>을 고를 것이다.
영화 <변신>은 공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엑소시즘(exorcism)을 주제로 한 영화다. 영화의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악마”에게 잠식당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첫 장면은 구마(驅魔) 사제인 중수가 한 소녀를 구마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은 영화 <검은 사제들>의 영신(박소담)의 구마 장면과 굉장히 흡사하다고 느꼈다. 대부분의 엑소시즘 영화가 비슷한 형식의 구조를 가지고 진행되기 때문에 첫 장면이 익숙한 느낌을 줘 아쉽기도 했지만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오히려 더 강렬한 첫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 <변신>은 공포물이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 먼저, 예측 가능한 스토리는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를 떨어지게 했다. 엑소시즘 영화의 기승전결은 대부분 악마에게 잠식당한 가족을 구마하는 것이 ‘기승전’에 해당하고 ‘결’은 구마의 성패를 보여주는 형식이다. <변신>도 이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기존의 엑소시즘 영화들과 차이점 없이 진행되는 스토리에 영화관을 나서며 탄식을 뱉기도 했다.
두 번째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영화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악마와 인간이 가진 증오, 가족의 정, 구마 사제의 운명 등 크게 세 가지의 주제가 후반부로 갈수록 섞여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사실 공포영화는 킬링타임용 영화이기 때문에 굳이 말하고자 하는 걸 찾는 것이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신>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 극장 안에서 “이게 뭐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결말이 아쉬웠다.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신>을 이번 여름 주목할만한 영화로 뽑은 이유는 연출력 때문이다. 집과 가족이라는 친숙한 소재는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닿아있어 오히려 더 무섭게 만든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는 공포보다 잘 아는 곳에서 일어나는 공포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악마가 사는 집과 평범한 가족의 집을 대비하여 보여준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붉은빛의 조명, 피로 가득찬 방바닥, 거꾸로 매달린 십자가, 그리고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동물의 사체들은 보기만 해도 오싹해진다. <변신>은 다양한 소품을 통해 공포감을 잘 형성했다. 감독의 이러한 연출력은 영화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줬다.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여름이 되면 공포영화를 예매해 극장을 찾는다. 왜 그런 것일까? 공포영화가 주는 심리적인 차가움, 즉 오싹함을 위해서다. “여기서 귀신이 나오겠다.” 우리는 모두 이 시점을 알고 무서워하지만, 그 장면이 지나가고 등골이 싸해지는 느낌은 마냥 싫지 않다. 영화 <변신>도 이러한 심리적인 차가움을 느끼기 충분한 영화이다. 아마 관객들도 이러한 이유로 이번 여름에 <변신>을 선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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