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갓 대학생이 됐을 때의 일이다. 우연히 알게 된 언니를 따라 부산 대연동의 한 교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이 교회는 모 종교단체의 위장교회였다.
이 종교단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사이비 종교로 규정돼 있다. 내가 교회를 방문했던 시기만 해도 이 종교단체의 교주는 강간, 성추행 등의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옥살이 중이었다. 이미 여러 방송에서는 이 교주가 일으킨 사회적 물의를 몇 차례 다룰 정도였다. 이 교회에는 여대생들의 비중이 눈에 띄게 많았는데, 나는 이들이 눈에 밟혔다. 그래서 나는 여대생 중 한 명을 따로 불러 문제의 종교단체와 교주의 비위에 대해 알려줬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 종교가 자신에게 부모와 같은 존재라며 내 손을 뿌리쳤다. 무엇이 이 여대생들을 여기로 끌어들인 것일까.
나의 아주 가까운 지인 중에는 또 다른 사이비 종교에 큰 피해를 당한 일도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암 투병 중이었을 때, 한 사이비 종교 교주가 남편을 살릴 수 있다며 그녀에게 접근한 것이다. 어떻게든 남편을 살리고 싶었던 그녀의 간절함이 교주의 꾀에 넘어가도록 했다. 새벽마다 송정 해수욕장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제사비로 매달 수백만 원을 교주에게 바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다행히도 교주의 존재를 수상하게 여겼던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만류하면서 그녀는 가까스로 사이비 종교에서 탈출하게 됐다.
하지만 이 교주에 의해 가정이 파탄 난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 신도는 몸이 아픈 딸을 치료하고자 교주를 믿고 따랐다. 그녀는 남편 몰래 교주가 소개해 주는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 등 무리한 요구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결국은 이 여성의 딸은 교주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는 식당에 일하기 위해 중국으로 보내졌다.
최근 대구의 대형 신천지 건물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대거 나오면서 온 국민의 관심이 신천지로 쏠렸다. 신천지 신도들을 보며 몇몇 사람들은 왜 저런 곳에 가느냐며 혀를 찼다. 우리는 순진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잘 빠져든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한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를 얕잡아 봤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아는 지인을 따라 나는 몇 달간 새로운 교회를 나간 적이 있었다. 나는 예배 중 기도를 하며 흐느껴 우는 사람들을 자주 보곤 했다.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울고 있는 이들을 보며 다 저마다의 감당하기 힘든 사연을 하나씩은 갖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우리 인생은 좋고 나쁜 일의 연속이다. 살다 보면 내가 견디기 힘든 만큼의 순간이 꼭 오게 돼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힘든 시기에 사이비 교주들의 사냥감이 되기가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