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으로 文 대통령에 직언
공개 하루 만에 25만 명 돌파... ‘공식 답변’ 받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시무 7조 상소'가 공개 하루만인 28일 동의 25만 명을 돌파했다. 청와대가 이 청원을 비공개로 처리했다 뒤늦게 공개로 전환한 지 하루만의 일이다.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면, 청원인은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時務)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이 글은 28일 오전 3시 18분 현재 26만 234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글에서 “본직이 법무부장관인지, 국토부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 칼춤을 춘다”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정부 요인들과 정책을 비판했다.
또 청원인은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문제시하며 “그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거주자를 잡아 족치시어 무주택자의 지지율을 얻겠다는 심산으로 건국 이래 최초로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하시고, 임대차 3법을 강행하시어 헌법 제14조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하셨다”고 주장했다.
외교 정책에 대해선 “일본과의 외교 마찰로 무역분쟁을 초래하였으나 이를 외교로 해결하지 않고 정치로 해결하시려 불매운동을 조장하고 양국관계를 파탄냈다”고 지적했다.
당초 이 글은 지난 1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으나 게시판에 노출되지 않아 청와대가 일부러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에 한해 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는 게시판에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전날(27일) 오후 검토 끝에 공개로 전환됐다.
한편 자신을 ‘진인(塵人) 조은산’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의 정체는 노무현을 지지했던 평범한 30대 후반의 가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는 27일 조은산이라는 필명의 네티즌과 이메일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청원인은 한국일보에서 “큰 업적을 이룬 사람도,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고 그저 세상 밑바닥에서 밥벌이에 몰두하는 애 아빠일 뿐”이라며 “언론에 자신을 알리려니 손이 떨린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선시대를 연상케 했던 말투와 남다른 필력 탓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해당 청원인이 중년의 소설가나 시인 중 한 명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실제 그는 중년도 아닌 인천에 사는 30대 후반의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는 어린 두 자녀를 둔 아빠로 실명은 공개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