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 취업 9종 세트는 대한민국이 시험 지옥임을 입증
시험 보려 외우는 지식, 인생에서 무슨 역할 할까?...교육제도 개혁 필요
우리나라 일부 영어유치원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레벨테스트’를 거쳐 입학생을 선발하고, 서울 강남의 영어유치원은 점수가 낮으면 입학이 불허되기도 한다. 이렇듯, 대학 엘리트 진학 코스 준비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시작되고 있다. 유아기 때부터 시작되는 조기교육은 과연 특정 지역만의 이야기일까?
대학입시제도가 과거에 비해 미미하게 달라지긴 했으나, 시험에 의한 줄 세우기식 평가는 입시지옥이라고 불릴 만큼 치열하고 힘든 현실이라는 것은 변함없다. 안타깝게도 시험 부담은 취업까지도 이어진다. ‘취업 9종 세트’라는 말만 봐도 취업이 얼마나 힘든 시험지옥인지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시험으로 시작해 시험으로 끝나는 ‘시험 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외대부고에서 미국 대학입시시험인 SAT의 시험지를 관리하는 교직원이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혐의가 포착돼 경찰에 구속됐다. 유출된 시험지는 브로커와 강남의 유명 강사 등을 통해 학부모 수십 명에게 넘어갔고, 일부 학부모들은 거액을 지불하고 시험지를 미리 받은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사건 담당 판사는 “피의자의 행위는 시험 출제기관의 업무방해를 하는 것과 동시에 공정한 시험에 대한 수험생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우리가 시험에 목숨 거는 사회이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시험지 유출 사건도 간혹 발생하는 것이다.
내가 교육을 받는 목적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갈수록 든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보면, 시험범위에 속하지 않는 내용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시험범위에 속하는 내용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시험을 잘 보는 것이 학교 교육의 우선이라고 생각했고 시험 성적으로 대학 문이 결정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공부는 오로지 시험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시험을 잘 본 사람만이 교육을 잘 받고 교육목표에 가까이 도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시험은 평가의 일부분으로만 작용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거의 전부가 되어버린다면 학생들은 정말로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놓쳐버릴 수 있다. 시험 잘 본 사람은 한국 어디에서나 대접을 받는다. 그러면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지식이 가장 많을까? 그 지식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의미 있고 가치가 있을까?
시험 사회에서 탈피하고자 시험 자체를 없앨 필요는 없다. 정말 ‘좋은 시험’이라는 것은 학습의 즐거움과 흥미,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개인의 능력을 올바르게 측정하는 도구여야 한다. 시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험에만 너무 의존해서 인간의 평가를 획일화하고 불공정을 공정함으로 둔갑시키는 시스템이 문제다. ‘좋은 시험’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대학과 기업의 선발 제도를 바꾸고, 입시제도가 학교 교육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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