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원인은 아이의 미래 아닌 엄마의 불안일 뿐
대학입학을 유치원부터 준비하는 한국 가정 교육
대학서열화 인정하는 사회구조 역시 교육 황폐화에 일조
예전에 나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서울 대치동에서 교육을 받는 아이의 일과에 대해 본 적이 있다. 그 아이는 매일 10가지가 넘는 사교육을 해내고 있었다. 또 최근 한 프로그램에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와 엄마가 공부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내용이 나왔다. 아이가 간식을 먹는데, 엄마는 그 와중에도 문제집을 들이밀며 공부 얘기를 한다. 진행자가 아이의 엄마에게 이렇게 교육하는 목적을 물으니 “다른 애들은 특목고도 준비한다고 하는데”라고 답했다. 나는 그 아이가 한창 자유롭게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인데 틀에 박힌 것만 배우고 있는 ‘조기 사교육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이런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 한 권이 소개된 인터넷 기사를 봤다. 책 제목은 <0~7세 공부 고민 해결해드립니다>이다. 한글을 지금 떼지 않으면 힘들다는 이야기 등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들어본 말들에 대한 전문가의 답변이 있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 전문가는 조기 사교육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찾아볼 수 없고, 부모 불안이 사교육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아이를 사교육의 고통에 빠뜨리는 이유는 부모의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아직 어리고, 커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다른 아이가 사교육을 한다는 이유로, 혹은 다들 잘하는데 우리 아이만 뒤처질까봐 짐작하고 어린 나이부터 사교육을 시킨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영어나 수학학원이 아니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게 피아노와 미술학원에 보내주셨다. 그래서 나는 유치원이나 학교를 마치고 난 뒤의 시간을 다시 책상에 앉아서 문제를 풀지 않았다. 대신 친구들과 어울리며 보다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배우니까 배움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자연스레 사회성도 길러졌다. 나는 이게 그 나이에 맞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받아들일 준비조차 되지 않았는데 원치 않는 공부를 시킨다면 진정한 교육이라 할 수 없다. 아이에게 심어줘야 할 배움의 즐거움은 배움의 고통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직접 경험하고 지식을 알아내는 것도 공부이며, 이것이 훨씬 유용하고 오래간다는 것을 부모들은 꼭 알아야 한다.
그리고 대학 서열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대학 서열에 따라 좋은 직장이 결정된다. 대학 입시에 필요한 내신과 수능 성적은 상대평가이고, 커트라인으로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성적 중심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 부모들이 사교육비를 쏟아붓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대학서열을 중시하는 문제는 어린아이들의 자유를 침해하기에 부모는 대학서열 문제와 불안감을 접어두고 아이 나이에 맞는 정서적 발달과 관련된 활동을 시키고 아이의 자율성을 길러주는 편이 더 좋다.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는 커서 자율성이 없는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아이로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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