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금 노린 ‘코파라치’ 극성...'코로나 안전 신고제 반대' 국민청원에, 정부는 폐지 결정
취재기자 박대한
승인 2021.01.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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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자 6만 4000여 명 중, 포상을 받은 사람은 극소수
코파라치 극성에 자영업자 부담감 늘고 오인신고 등 부작용 심각
결국, 행안부 코로나19 안전 신고제 폐지 발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은 전쟁무기를 목적으로 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이너마이트는 전쟁무기로 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위대한 발명도 의도한 바와 달리 이용되면, 뜻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력이나 점검만으로 비말로 퍼지는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작년 7월부터 행정안전부는 국민 참여를 통해 일상생활 속 방역 사각지대를 관리하기 위해 ‘코로나19 안전 신고제’를 시행했다.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 종교시설, 대중교통 등 정부와 지자체에서 일일이 점검하기 힘든 부분을 국민 참여를 통해 부분적으로 방역관리가 이뤄진 것.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우수 신고자에 대한 포상이 이뤄지며, 포상의 원래 목적인 방역관리가 아닌 포상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서 ‘코파라치’란 말이 생겨났다. 코파라치는 코로나19와 파파라치가 합쳐진 말이다. 즉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개인, 사업장을 신고해 포상금을 노리는 이들이다. 언론을 통해 코파라치라는 단어가 소개되고 방역수칙을 위반한 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는다는 사실이 널리 퍼졌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코로나로 서로를 감시하는 포상금 제도를 중지하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와 코파라치가 더욱 화제가 됐다. 청원을 쓴 사람은 코로나19 안전 신고제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서로를 경계하고 오히려 신고하여 포상금까지 주는 이 동물적인 제도를 그만두시기를 강력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한 시민은 “포상금이 방역수칙을 어긴 사람을 신고할 동기부여는 될 수 있지만, 포상금을 얻기 위해 방역수칙 어긴 사람을 찾아다니는 ‘코파라치’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파라치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시민은 “과거 ‘개파라치’라고 있었는데, 비슷한 코파라치도 방역수칙을 어긴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포상금을 타려고 하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안전 신고제는 신고자에게 즉각 포상금이 지급되는 구조가 아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신고제는 12월까지 약 6만 4000여 건의 신고가 이뤄졌다. 이 중에서 우수한 신고자를 선발해 행정안전부장관 표창 15명, 100명에게 10만 원 상당 온누리 상품권을 지급했다. 실제 신고자에 비해 포상이 이뤄진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이에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신고자에게 신고를 했기에 포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점검하지 못한 방역의 사각지대를 대신 노력해 줬기에 공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즉, 신고한다고 무조건 포상금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에 따르면, “도로·시설물 파손 및 고장에 따라 순수한 공익을 목적으로 한 신고가 이뤄졌을 때, 공로에 따라 포상금이 주어진다”며 “모든 신고에 포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과 심의를 통해 인명피해를 막은 공익 제보를 선정해 포상한다”고 밝혔다.
코파라치로 얼룩진 코로나19 안전 신고제의 목적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국민이 일상생활 속 위험요소와 우려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은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민의 적극적인 이해와 참여가 있어야만 확진자 증가 추세의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7일 코로나19 안전 신고제를 폐지해달라는 국민청원과 이를 찬성하는 여론이 비등하자, 행안부는 올해부터 코로나 관련 방역 위반 사실을 신고해도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