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특별한 관리 없이 방치돼 흉물... 안전등급 E(불량)
에프엔인베스트먼트, 주변 환경개선 포함 휴양시설 추진 중
환단단체 "황령산은 시민들 공유 공간으로 보존해야" 지적
부산시 남구 황령산 자락에는 성채같은 노란색의 대형 시설물이 한채 들어서 있다. 바로 '황령산 스노우캐슬’이다. 특별한 관리 없이 오랫동안 방치되어 흉물이 된 스노우캐슬은 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뿐더러, 안전상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현장에 가 봤더니, 오랜 기간 방치된 탓에 건물 곳곳에서 스산하고 황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건물 가까이 다가가자 멀리서 스노우캐슬을 봤을 때는 알 수 없었던 문제들이 발견됐다. 건물의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건물과 바닥 사이에 틈이 벌어져 있었고, 건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유리창과 유리문이 깨지고 금이 가 있었다.
건물 내부도 외부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천장 마감재는 세월을 이기지 못해 떨어지거나 덜렁덜렁 매달려 있고, 건물 벽에는 곰팡이가 잔뜩 피어 지저분했다. 뽀얗게 먼지가 쌓인 내부는 스노우캐슬이 방치됐던 시간의 더깨 같았다. 과거 스노우캐슬을 운영하던 시절 실내스키장으로 쓰이던 곳의 천장을 받치고 있는 철골 구조물도 녹이 슬어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졌다. 건물은 겉으로 위태롭게 보일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스노우캐슬 건축물 2021년 하반기 정기안전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곳의 안전점검 등급은 ‘불량’으로 나왔다. 건물 전반적으로 균열, 파손, 누수가 나타났다. 22개에 달하는 건물 점검 내용 중 18개에서 건물 상태가 불량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 안전점검이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해당 시설물의 관리자로 규정된 자나 해당 시설물의 소유자가 소관 시설물의 안전과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안전도 검사를 뜻한다. 안전점검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데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불량) 등으로 등급을 나눈다. A・B・C 등급은 반기에 1회 이상, D・E 등급은 1년에 3회 이상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스노우캐슬은 안전점검 등급 중 가장 낮은 E(불량) 등급을 받은 것이다.
이 스노우캐슬은 부산의 애물단지이다. 2007년에 8월에 개장해 수익성 부족으로 2008년 6월 영업이 중지된 스노우캐슬은 그로부터 13년간 방치됐다. 이렇게 방치된 이유는 스노우캐슬이 부도가 나면서 스노우캐슬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수분양자들과 합의를 보는 과정이 늘어졌기 때문이다. 수분양자란 건물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이들의 80% 이상이 동의를 해야만 재건축 결의가 된다. 지난 2012년 당시 사업자인 에프엔인베스트먼트가 스노우캐슬을 인수한 뒤 수분양자들과 합의를 보기 시작해 현재 수분양자 85%의 동의를 얻어 재건축 결의가 통과되어 사업자가 부산시에 조성계획 변경 신청을 넣은 상태다.
스노우캐슬 정상화를 목표로 사업을 인수받은 에프엔인베스트먼트는 스노우캐슬을 뜯고 자연친화적 휴양시설 조성을 추진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자 측은 휴양 시설과 함께 컨벤션센터, 청년 창업센터 등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스노우캐슬 부지 근처의 도로를 재정비하고 전망대도 만들 예정이다. 에프엔인베스트먼트 윤동영 팀장은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있어 부산시 차원에서도 관광 인프라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에프엔인베스트먼트는 스노우캐슬의 재건축이 추진되면 대략 4000개의 일자리 창출과 주변 환경 개선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스노우캐슬 근처 부지와 도로를 재정비해 우범지역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면서 황령산의 환경개선 효과도 얻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노우캐슬 재건축 추진을 반기지 않는 시선도 있다. 이미 한 번 스노우캐슬이 부도가 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스노우캐슬 부지에 다른 사업을 했다가 또 사업이 잘못되면 그땐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환경단체들도 스노우캐슬 재건축 과정에서 일어날 환경파괴에 대해 우려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황령산은 부산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보존할 필요가 있다”며 “스노우캐슬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사업자가 들어와서 사업을 벌이는 것은 산림녹지 보전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