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유죄 판결 받은 사건도 파기환송...피해자 법정서 재진술 해야
아동에게 발생할 2차 피해 우려 커져...시민단체들 대책 강구 요청
당국, 해바라기센터 출석 장소 활용, 심리 치료 지원 등 대책 마련 중
지난 2021년 12월 23일, 미성년자가 법정에 직접 서지 않고 영상을 통해 대신 진술할 수 있다는 성폭력처벌법 제30조 6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난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법정에서 직접 피해 사실을 다시 진술하게 되면서 2차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은 이유는 공정성 때문이다. 피해자가 영상으로만 진술하면 가해자에게 반박할 기회인 반대 신문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피해자가 직접 나와서 진술해야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진다는 취지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지난 8일, 대법원은 아동 성폭력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A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해 환송한다고 밝혔다. 해당 파기환송 재판에서 피해자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직접 진술을 해야 한다.
이에 피해자에게 발생할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증언이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증언을 강요하는 것은 아동의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민단체가 반발에 나서자 정부와 법원 등은 2차 피해를 줄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차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과 함께 신문 전후 심리 치료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중 추진된 방안은 여성가족부와 협의해 의료기관에서 운영하는 해바라기센터를 출석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에 여가부는 지난 2월 28일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성희롱·성폭력분과 전문위원회를 개최했다.
또 다른 방안으로 법무부는 전문 조사관이 피해 아동의 진술을 들으며 영상을 녹화하고 이를 원격으로 지켜보는 피고인이 진술에 반박할 수 있게 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다시 떠올리며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2차 피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차 피해는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보도 등 사건 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를 말한다. 다시 말해,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 여론, 부당한 처우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