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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BIFF) 과거와 미래를 말하다 ... “인적·구조적 내부 혁신부터…해외파 집행위원장 검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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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BIFF) 과거와 미래를 말하다 ... “인적·구조적 내부 혁신부터…해외파 집행위원장 검토할 때”
  • CIVIC 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3.09.20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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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BIFF 명예집행위원장 19일 부산 특강
2017년 BIFF 떠난 이후 6년만의 부산 방문
내달 열릴 제28회 BIFF 개막식에 참석할 듯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최근 혼란을 딛고 새 도약을 성취하기 위해선, BIFF 내부의 인적·구조적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부산을 찾은 김동호 BIFF 명예집행위원장의 진단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저녁 ‘포럼 신사고 명사특강’(‘포럼 신사고’ 주최,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의 첫 연사로 참여했다. 특강 주제는 ‘부산국제영화제, 지나온 길과 앞으로의 과제’.

김 위원장은 내부 쇄신의 구체적 대안으로, ▲BIFF의 국제적 위상 회복에 기여할 역량 있는 해외파 집행위원장 선임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에의 집중 ▲조직·사업 슬림화 등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이 부산을 찾은 것은 지난 2017년 뜻밖의 퇴진 이래 6년 만이다. 그의 ‘부산 나들이’는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에게 적잖은 감흥을 줬다. 그는 올 제28회 BIFF 개막식에 참석할 계획이다.

김동호 BIFF 명예집행위원장이 ‘포럼 신사고 명사특강’에 참석, 대담자 김봉수 전 포럼 대표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 포럼신사고)
김동호 BIFF 명예집행위원장(사진 오른쪽)이 19일 ‘포럼 신사고 명사특강’에 참석, 대담자 김봉수 전 포럼 대표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사진: 포럼신사고 제공).
‘미스터 PIFF(BIFF 초기 약칭)’ 김 위원장은 이날 특강을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며, 플로어의 질의에 답했다. 대담에는 ‘포럼 신사고’의 김봉수 전 대표(전 부산MBC 보도국장)가 나섰다. 김 위원장은 1997년 BIFF 집행위원장 시절, ‘포럼 신사고’가 선정한 ‘올해의 부산인상’을 수상했으며, 그 포럼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대담에서, 이즘의 근황과 부산과의 인연, 공직 생활과 영화계 인사로의 전신(轉身), PIFF 창설 및 제1회 영화제의 성공, 초대 집행위원장 시절의 비화(祕話)와 에피소드, ‘영화의전당’ 건립 경과를 정확한 시기, 통계, 인명을 기억하며 설명했다. 젊은 영화인 이용관·김지석·전양준의 설득에 끌려 BIFF 초대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그때 일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강수연 BIFF 집행위원장의 ‘불명예 퇴진’을 빚은, 그 ‘다이빙벨 사태’ 및 BIFF 파행 과정도 나긋나긋 설명했다. 세계적 여우(女優) 강수연에게 ‘억지춘향’식으로 집행위원장을 권했다가 끝내 강수연의 비운을 초래한 그때를 후회하기도 하고…
2015년 제20회 BIFF 스타로드에 참석한 (앞)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뒤)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사진; 구글이미지).
2015년 제20회 BIFF에 참석한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사진 왼쪽),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가운데)(사진; 구글이미지).
BIFF가 직면한 뜻밖의 내홍 속, 그와 강수연은 BIFF를 떠났고, 강수연은 2022년 타계했다. 강수연의 생존 때도 두 사람은 BIFF를 찾지 않았다. 그는 “현 위원장이 있는 만큼 나타나기 곤란했고, 그저 부산을 찾지 않는 게 편했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나름, BIFF가 겪어온 진통, 최근의 파행도 원인을 말하기는 했으나, 부산과 BIFF에 대한 ‘서운함’을 따로 말하진 않았다. ‘BIFF의 산 역사’ 김동호는 현 BIFF의 위상을 ‘아시아에선 독보적 지위’로 평가하며, 이대로라면 당분간 ‘아시아 영화 맹주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BIFF는 그만큼, 짧은 연륜에 크게 성공한 영화제라는 것이다.
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BIFF).
오는 10월 개최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사진: BIFF 제공).
그는 BIFF의 성공 요인을 3개 프로젝트의 성공에서 찾았다, 첫째, BIFF의 대표적 경쟁부문 ‘뉴 커런츠’를 성공적으로 운영, 아시아 신인 감독의 등용문 역할을 잘 해왔다. 둘째, 3회부터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을 운영하며, 좋은 계획을 갖고도 ‘돈’이 없는 감독들을 알뜰하게 발굴했다. 셋째, 아시아 필름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많은 감독을 육성, 세계적 성장에 기여했다 등이다. 그는, 최근 BIFF의 파행적 운영과 관련, ‘BIFF의 국제적 위상, 많은 손상 있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진행 중인 혁신 노력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아시아 영화 종주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인적·구조적 쇄신을 통한 과감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의 슬림화’ 같은 표현도 나왔다. 그는 ‘BIFF의 과감한 새 출발’을 기대하며 ‘해외파 집행위원장’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여러 문화예술 및 스포츠 부문에 해외인사를 영입, 운영에 성공하는 예를 들며, ‘세계적으로 좋은 영화와 감독을 모셔올 수 있는 유능한 집행위원장을 고려할 때”라고 역설했다. 내심, 그런 선택에 따른 ’BIFF의 건강화‘를 기대하는 듯했다. 그는 1937년생, 미수(米壽)를 바라보면서도 예의 꼿꼿한 걸음걸이와 굳건한 기억력으로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했다. 근황을 “백수 과로사한다는 말처럼, 맡은 과업은 없으면서도 현직처럼 바쁜 나날을 보낸다”고 말할 정도다. 요즘도 후배들과 테니스를 즐기고 소주 자리를 나누면서, 올해 여섯 번 해외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는 이날 대담에서, 우선 부산과의 인연을 되새겼다. 6.25전쟁 때인 중학 1학년, 1·4 후퇴 때 부산으로 피난 와서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의 주인공 황정민 못잖은 고생을 한 얘기다. 그의 가족은 영도 봉래동 피난민수용소에서 수정동-용호동-서대신동 등지를 거치며 좌판과 행상으로 삶을 지탱했다. 그렇게 4년여를 머문 부산, 그에겐 ‘제2의 고향’이다. 그의 자작 아호는 청하(靑霞)다. ‘선비가 초야에 묻혀 고고하게 살아간다’는 고사에서 따왔다. 그는 설문조사 결과, 부산사람에게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지목받은 적도 있다. 그 청하 선생은 그동안 부산에서 느낀 서운함을 얼마나 씻어냈을까. 그래서 ‘고고하게 살아간다’는 뜻을 내비치는 것일까. 실제 부산은 그의 위대한 기여, 엄청난 자산을 얻고도, 여태 제대로 보답한 적은 없으니…. 이날 김동호 위원장과 대담한 김봉수 대표는 20일 카톡 단톡방에 ‘대담 후기’를 쓰며 되물었다. 이제 우리 부산도 ‘열린 도시’에서. ‘고마움을 잊지 않는 도시’로 한 단계 올라서야 하지 않을까. 필요할 때만 불러서 쓰고 나중에 내팽개친다면 누가 부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나. 부산국제영화제를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만들어 부산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김동호 위원장께 우리 부산이 해 드린 것은 과연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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