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도마에 오른 정부·언론 늑장 대응...국민안전처, 뒤늦게 경보시스템 개선안 발표 / 정혜리 기자
지난 12일 저녁 경주 인근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후, 당국과 언론의 허술한 대처를 비난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발생한 울산 지진 당시 긴급 재난문자 발송이 늦어 비판 받았던 국민안전처는 이번에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지진이 발생한지 8분 후에야 문자가 도착했던 것. 국민들은 8분 동안 아무런 안내도 받지 못하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
국가 재난 방송 주관사인 KBS의 늑장보도에도 불만이 터졌다. 지진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안내 방송을 해줘야 함에도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는 드라마 방송을 계속해 불안한 국민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이날 KBS는 저녁 7시 44분 지진이 발생한 3분 뒤인 47분에야 안내 자막을 내보냈고 저녁 8시께에야 뉴스특보를 방송했다. 하지만 8시 32분 5.8 규모의 본진이 발생했을 때는 KBS 1TV는 드라마 <별난 가족>을 방송하고 있었다. 이후 8시 45분에 3분 30초가량 뉴스특보를 내보낸 후 드라마 방송이 재개됐다. 다른 방송사 역시 뒤늦게 지진 뉴스를 보도했다.
누리꾼들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대통령 담화는 속보로 내보내면서 "최대 규모 지진 속보도 안 내보낸다," "재난 방송국 자격도 없다," "이런 건 일본 좀 본받아라" 등의 비판 목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SNS상에서 일본의 구마모토 지진 당시 지진속보 영상이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이 영상에서는 긴급 지진 속보가 발령된 후 정규방송을 중지하고 뉴스 스튜디오로 카메라가 옮겨가 재난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이 나온다. 또 도쿄도에서 배포하는 방재 가이드 한국어판도 SNS를 통해 퍼졌다. 일부 국민들이 우리나라 당국의 안전 자료보다 일본의 자료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인 것.
늑장대응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자, 국민안전처는 정확한 경보시스템 구축과 재난문자발송 시스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합동브리핑에서 박병철 안전처 지진방재과장은 “기상청에서 지진 조기경보시스템을 규모 5.0 외에 다른 규모 지진도 구축하고, 진도를 기준으로 재난문자 발송 시스템이 개선되면 2~3분 내로 긴급재난문자를 전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안전처는 이와 함께 13일 오후 3시 기준으로 경주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가 총 14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 6명은 귀가했고, 8명이 입원 중이다. 입원 환자는 경북지역이 5명, 경남 1명, 울산 1명, 인천 1명 등이다.
전국 각지에서 접수된 재산피해 신고는 총 642건으로 건물 균열은 총 146건이 발생했다. 경북지역이 85건으로 가장 많았고, 울산이 26건, 부산이 26건으로 뒤를 이었다. 수도배관 파열이 31건, 지붕파손이 199건, 도로균열 66건, 차량파손 36건, 담장파손 등 기타 164건이 발생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진이 국토 위치 변화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잠정 분석했다. 지진 진앙지인 경주시 내사면 화곡저수지 주변 3개소(울산, 대구, 호미곶 등) 위성 기준점의 실시간 변화량을 모니터링한 결과, 평균 위치 변화가 약 ±2cm 이하로 평시 허용오차 범위(±5cm)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여진 정지 이후 9월말 정밀 계산을 진행해 정확한 위치 변화량을 분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