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23, 부산 전포동) 씨는 지난 해 겨울부터 얼굴에 좁쌀처럼 작은 뾰루지들이 나는 피부 트러블로 고생하고 있다. 피부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어 치료를 중단했더니 다시 재발했다. 이러한 증상은 지난 해 겨울 방학 동안 수영장을 이용한 후부터 나타난 것이다.
정은선(23, 부산 대연동) 씨 역시 마찬가지다. 수영장을 이용하고 나서부터 이마에 빨간 뾰루지들이 돋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점점 심해져 결국엔 피부과 치료를 받았다. 정 씨는 “건강해지려고 수영장에 갔는데 도리어 병원신세를 졌어요”라고 분통을 터뜨리며 이런 피부 트러블을 겪은 것은 모두 수영장의 수질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수영장에서 물을 소독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양의 화학약품을 사용했거나, 관리가 소홀해서 물이 더러워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영장들은 수영장의 수질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부산 대연동 센추리 스포녹스 수영장의 총괄팀장 정윤호 씨는 수영장을 이용하는 고객들 중에 피부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똑같은 물에서 수영을 하는데 누구는 트러블을 겪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면 트러블을 겪는 사람들의 피부가 민감한 탓이 아니겠습니까” 라며 정씨는 말했다.
정윤호 씨의 설명에 의하면 예전의 수영장은 가둬놓은 물에 소독약품을 풀어 정화하는 담수풀 시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담수풀 대신에 오버풀이라는 시설을 사용한다고 했다. 오버풀이라는 것은 일정한 시간마다 사용한 물이 흘러나가고 깨끗한 물이 다시 채워지게 되는 것이다. 흘러나온 물은 다시 정화가 되고 이 정화된 물이 다시 채워지게 되는 일종의 순환 원리에 의한 시설이다. 대부분의 수영장이 담수풀에 비해 청결하고 안전한 오버풀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매달 남구청 환경위생과에 검열을 받는다고 했다. 이 검열에서는 소독할 때 쓰이는 약품들의 기준치와 수질의 상태를 검사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업체가 과태료를 물거나 영업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 정 씨는 “이러한 실정에서 불청결한 물로 영업을 할래야 할 수가 없습니다” 라며 수영장 측의 의견을 말했다.
그렇다면 피부과 전문의들은 이 상반된 주장들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아름다운오늘킴스 피부과의 김형주 원장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수영장 이용 후 겪는 트러블의 원인이 꼭 수영장의 수질 때문은 아니라고 말했다. 수영장에서 쓰는 소독약이 원인이 될 수는 있으나 이는 자극에 예민한 피부이기 때문에, 자극의 반응으로서 뾰루지가 생기거나 가려운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수영장을 이용한 후 매일 비누로 샤워를 하기 때문에 ‘죽은 피부' 밑의 벗겨지면 안되는 피부가 벗겨져 따갑고 쓰릴 수 있다고 했다. 또 샤워 후에 물을 충분히 닦지 않아서 생기는 습기 역시 원인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수영장 이용 후 피부 질환이 나타나면 이용을 중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예민한 피부가 자극에 반응하지 않게 하는 치료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트러블이 더 진행되기 전에 이용을 그만두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트러블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수영 후에는 겨드랑이 등 습한 부분에만 살짝 비누칠을 하여 흐르는 물에 몸을 씻어내고 물기를 꼼꼼히 닦은 후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