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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미친 40년 외길 인생, 웹툰으로 꽃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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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미친 40년 외길 인생, 웹툰으로 꽃 활짝
  • 취재기자 문병훈
  • 승인 2014.06.09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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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담미디어 대표 황남용 이야기.."세상 재미 모두 담아낼 것"

어렸을 땐 <미래소년 코난>에 빠졌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공포의 외인구단>을 줄줄 외우고 다녔다. 대학시절엔 박재동 화백의 한겨레 만평을 보면서 세상 보는 눈을 키웠다. 그는 학창시절에 교과서보다는 만화책을 더 많이 읽었다. 연습장에 수학공식보다 만화 주인공을 더 많이 그려서 채웠다. 그러기를 30여년.  그는 만화콘텐츠 전문기업 (주)재담미디어의 대표이사가 됐다.

황남용(43) 대표는 2013년 3월 6일 재담미디어를 설립하고 국내 NATE, NAVER, DAUM, CJ E&M, CIVIC NEWS 등 다양한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회사의 모토는 “세상의 모든 재미들 담아냅니다”다. 회사명 재담도 ‘재미를 모두 담아낸다’의 약자다. 영어 모토는 그래서 ‘fun & joy'이다.

▲ 재담미디어의 로고(사진출처: 재담미디어 인터넷 홈페이지)

부산에서 출생한 황 대표는 학교에서도 늘 만화와 함께 했다. 수업 시간에는 늘 만화 그리기 삼매경에 빠져있기 일쑤였고, 과제는 뒷전이었다. 드디어 부모님이 뿔났다. 보모님들은 황 대표 방에 산처럼 쌓여 있던 만화책을 그가 학교 간 사이에 몽땅 고물상에 팔아 넘겼다. 귀가한 그는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그의 만화사랑은 꺾기지 않았다. 연습장은 여전히 만화로 채워졌고, 책꽂이에는 다시 만화책이 꼽히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부모님이 매를 들었다. 며칠 뒤, 그는 다시 만화를 그렸고, 다시 매를 맞았다. 이런 일이 셀 수 없이 반복됐다.

황 대표는 1992년 부산 경성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다. 입학과 동시에 ‘새날그리기’라는 만화동아리가 그를 유혹했고, 만화 동아리 활동에 푹 빠졌다. 그는 그런 와중에 틈틈이 그린 습작 만화를 여기저기 주변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게 낙이었다. 그는 “그림 실력과 센스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좀 있었죠”라며 만화 속 주인공처럼 익살스럽게 웃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리 쉽지 않다는 대학학보사 만평기자 제의가 들어 왔다. 전교생 중 단 1명만이 학교신문에 매주 한 컷씩 세상을 풍자하는 만평기자 자리를 차지한 그는 열심히 만평을 그리고 세상을 풍자했다. 그 재미에 빠지다 보니 그의 학업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취업 준비도 별로 야무지지 못했다. 그렇게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한 황 대표는 1999년 우연히 만화잡지에 난 만화기획자 모집광고를 보고 ‘바로 여기다!’를 외친다. 역시 인연은 만화에 있었다. 다른 스펙은 약했어도 만화 관련 스펙과 열정만큼은 탁월했던 그는 당시 최고 만화회사 서울문화사에서 발행하는 <아이큐점프>란 만화잡지의 면접을 뚫고 만화 기획 및 편집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14년이 흘렀다. 만화 기획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만화그리기는 뒤로 밀리게 되었고, 그의 인생에는 오로지 자신의 색깔이 있는 만화기획사를 만들고픈 야망이 자리 잡게 됐다. 그리고 그는 재담미디어를 설립했다. 황 대표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이제 내 사업으로 녹여 보고픈 야심에서 시작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무슨 배짱이었는지 스스로 놀랍다”고 말했다.

▲ 좌/(주)재담미디어 황남용 대표, 우/한국영상대학교 만화창작과 박석환 교수(사진: 네이버 재담미디어 블로그).

물론 재담미디어를 설립하기까지 그의 길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2008년 '재담북스'란 만화회사를 만들었다가 1년 만에 접었다.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봤다. 그러나 그는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깨우치고 결국 재담미디어를 만들어 냈다. 설립한 지 이제 1년이 갓 넘은 재담미디어의 가장 큰 성과는 2013년 한 해 27편의 신작을 기획하고 런칭한 것이다. 회사 직원도 늘었다. <전학생은 외계인>, <잉여도감>과 같은 유명 웹툰을 그린 작가 ‘귀귀 엉덩국’도 이 회사 소속이다.

2006년에는 결혼도 했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재담미디어는 2013년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창작과와 산학협력을 맺어 만화작가 후배 양성에 기여하게 됐다. 내친 김에 황 대표는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과에 외래교수로 출강하여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도 겸하고 있다.

어릴 적 부모님께 얻어 맞아가면서까지 수많은 공책과 연습장에 만화를 그리며 꿈을 키운 그의 재담미디어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는 재담미디어의 만화 콘텐츠를 다양한 부가판권 사업으로 확대시킬 계획이고, 세계 시장을 향해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황 대표는 미래 사업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그는 “가수계의 거물 SM보다도 난 YG의 색깔이 좋다. YG가 아티스트의 '끼'를 인정하고 그들에게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재담미디어는 그래서 회사와 만화가가 상생하는 길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Fun & Joy'한 글로벌 만화 콘텐츠 기업이 되겠다는 야망을 지닌 황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살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은 것 같다. 고민하지 말고 지금 바로 질러라”는 말을 세상의 젊은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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