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돼지>는 일본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92년 작 애니메이션이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마법으로 얼굴이 돼지로 변해버린 파일럿 포르코의 모험담을 담아냈다.
1차 세계대전 때 에이스 파일럿이었던 포르코는 전쟁 중 돼지로 얼굴이 변해버리는 마법에 걸린다. 이후 그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해적을 소탕해서 받은 현상금으로 생활한다. 이외에도 이 영화에는 남편의 전 동료인 포르코를 사랑하는 지나와 다른 여인 피오, 포르코에게 패배하는 해적들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왜 포르코가 돼지의 탈을 쓰게 된 것일까? 영화 속에서는 포르코가 마법에 걸려서 돼지 얼굴이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쟁을 통해서 많은 동료를 잃은 포르코가 자신의 슬픈 모습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 돼지의 탈을 찾아 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극적인 전쟁으로 인해서 자신의 모습까지 감추고 살아가는 포르코의 모습이 안쓰럽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포르코 얼굴이 돼지로 변한 분명한 이유는 제시되지 않는다. 그리고 포르코 얼굴에 걸린 마법도 끝내 풀리지 않는다. 다른 등장인물이 포르코에게 “돼지, 너 얼굴 한번 보자”며 외치는 장면을 통해서 포르코가 인간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여운만 진하게 남긴다.
영화에서 지나는 자신의 남편을 잃고 동료인 포르코에게 의지하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다른 여성인 피오도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를 통해 들었던 포르코를 만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이 두 여인은 비정상적인 얼굴을 가지고 마음 속에 아픔을 가진 포르코를 진정으로 사랑했음에도 그들의 사랑을 거절한 포르코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해적들은 포르코를 이기기 위해 그를 해치려하고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포르코를 이기지 못했고, 자신들의 새로운 행복을 찾아 떠나간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전쟁이라는 암울한 배경 속에서 살생이 아닌 행복으로 적을 감화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전쟁으로 슬픔과 상실감을 가진 포로코지만, 그는 지나와 피오를 통해서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포르코는 마법에 걸려 돼지의 모습으로 해적 사냥을 하지만, 결코 해적들을 해치지 않았다. 포르코는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맑은 영혼을 지키려는 돼지 인간이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포르코는 전쟁이라는 배경 안에서 인간 본성인 순수함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는 전쟁과 같은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학업, 취업, 결혼, 은퇴 후 계획 등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세상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순수함을 잃고 지쳐가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순수함을 찾고 자신들의 새로운 행복을 찾아갔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 속의 사람들도 주위를 둘러보고 진정한 사랑과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