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문화생활 즐기는 모습 보이려 인증샷"...일부 전시회선 홍보 위해 되레 장려도 / 김민성 기자
SNS 영향을 받아 전시관에서 작품 감상은 하지 않고 인증샷만 찍는 2030 세대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학생활 문화정보 주간잡지 '대학내일'이 최근 1년 내 전시회 관람 경험이 있는 20대 5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행한 결과, 응답자 89.6%가 전시회에서 인증샷을 찍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1.3%는 인증샷을 SNS에 올린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 중 85.7%는 '사진 찍기 좋은' 자유로운 곳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평소 미술 작품을 좋아해 자주 전시회를 찾아가는 홍성환(48) 씨는 최근 관람객들이 유독 사진을 많이 찍어 작품을 감상하기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 홍 씨는 "놀이공원에 온마냥 여러 명이 시끄럽게 사진을 찍어대는 바람에 작품을 제대로 보려면 사람들이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SNS를 자주 이용하는 김소형(27) 씨는 전시회를 가면 꼭 인증샷을 찍고 SNS에 업로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씨는 "전시회를 가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함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부산 금곡동 지역에서 작업실 일부를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오픈하는 '갤러리 공간 소두'를 운영 중인 김인환(78) 화백은 "전시공간에 와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아무래도 입소문을 타고 전시회가 인기를 끌 수 있다. 홍보 측면에서는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기획된 대다수의 전시회는 아예 SNS 해시태그를 직접 추천해주거나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는 문구를 내걸며 사진 찍으러 오라는 식의 홍보를 하고 있다. 2030을 타깃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대림문화재단이다. 대림문화재단이 운영 중인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 계정의 팔로워는 8만 명을 돌파했다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갤러리 공간 소두에 작품을 자주 내거는 김동주(52) 씨는 2030 세대가 관람하러 와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면 홍보 효과가 크겠지만 관람 문화가 흐트러지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김 씨는 "사진 찍는 것 때문에 다른 관람객들이 줄 서서 감상해야 한다는 것은 그림 그리는 화가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안보고 인증샷만 찍는 2030 세대의 관람문화에 대한 관련 기사 댓글에는 "미술관은 그저 SNS 사진찍는 곳", "SNS가 문제야 문제", "본질엔 관심 없고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신경 쓰네", "작품 관람 문화가 점점 선진화되야 한다. 외국 나가서 작품보며 셀카찍는 사람은 무조건 한국인이다" 등 대다수가 2030 세대의 작품 감상 문화를 비판하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