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가에 여러 개의 모래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모래로 만들어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만 같지만 신기하게도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진귀한 광경에 사람들은 여러 장의 사진을 찍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래조각을 찾아 백사장 곳곳을 다닌다.
모래를 소재로 한 ‘제14회 해운대 모래축제’가 5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렸다. 이번 해운대 모래축제에선 MEET SAND(관람 프로그램), TOUCH SAND(교육 체험 프로그램), PLAY SAND(일탈 테마 프로그램) 등 세 가지 종류의 행사가 진행됐다.
올해의 주제는 ‘영웅, 모래로 만나다'로 각각의 작가가 생각하는 영웅을 모래로 표현해낸 작품들이 전시됐다. 그중엔 영화나 신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도 있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실존 인물도 있었다.
저녁 7시가 되자, 해운대 해수욕장 주 무대에서 개막식이 열렸다. 주 무대는 파라다이스 호텔 맞은편 모래사장에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저녁마다 각기 다른 행사가 열렸다. 첫날 개막식엔 샌드 무빙 아트 쇼, 개막선언, PID 댄스 퍼포먼스, 해상 멀티미디어 쇼, 미니 콘서트가 열렸다. 20일에는 팝페라 콘서트와 VR 틸트 브러시 퍼포먼스, 21일엔 넌버벌 코미디 퍼포먼스와 밤바다 색소폰 공연이 이어졌다.
축제 이틀째. 어제와 마찬가지로 많은 인파가 해운대를 찾았다. 각각의 모래 작품들 중에서도 중앙에 위치한 이 성의 이름은 ‘해운대원정대’로 여러 명의 작가가 힘을 합쳐 만든 작품이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유독 더 많았는데, 그 이유는 모래성의 바로 밑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들 중에 아직 미완성인 작품을 완성시키려고 한창 작업하고 있는 한 작가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흙더미에 물을 뿌리고 모래를 다듬은 뒤 그 위에 다시 물풀로 고정시키고 있었다.
김길만 작가는 이 작품을 5월 초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매 작품마다 완성되는 순간을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고 말했다.
해변 한쪽에는 작가가 작업하는 모래언덕보다는 좀 더 작은 언덕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샌드아트 아카데미에 참가한 일반인 신청자들이었다.
부산조형예술고등학교 동아리 학생들도 이곳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다 만드니 뿌듯하다. 모래조각 축제는 여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축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아대 미술학과 동아리에서도 모래조각 축제에 참가했다. 선배들과 함께 4시간 동안 열심히 모래조각을 만들었다는 노현아(20, 경남 양산시) 씨는 “완성된 작품을 보니 너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축제 3일째가 됐어도 인파는 식을 줄 몰랐다. 올해 이 축제에 처음 와봤다는 박모(30) 씨는 여자 친구가 알려줘서 모래조각 축제에 오게 됐다. 그는 “날씨가 좋아서 와봤는데 볼거리도 많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해운대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놀고 있는 신서은(9) 양은 “엄마와 함께 왔다. 조각들을 보며 노니까 신기하고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집이 근처에 있어 가족들과 함께 모래축제에 왔다는 김홍유(4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애들이 놀기에는 좋지만 그게 다라고 했다. 그녀는 “이름은 축제라는데 어른들이 즐길 축제는 눈으로 보는 게 전부”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해운대 모래축제는 해운대구에서 주최하고 해운대문화관광협의회에서 주관한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회의의 기념행사로 처음 개최했고 이후 매년 개최하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인지도를 높여 관광도시로서의 브랜드를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비수기에도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