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8월 중순부터 가장 활발한데 올해엔 활동시기 앞당겨져 피해 조기 속출 / 이준학 기자
2주 이상 지속되고 있는 폭염으로 말벌 활동시기가 앞당겨져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말벌은 대개 8~9월 번식기를 전후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활동을 시작하는데, 예년과 다른 기록적인 폭염이 일찍부터 시작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 이에 최근에는 산간지방, 도심지역, 아파트 단지 등에서도 말벌로 인한 피해가 연이어 속출하면서, 각 지방 소방청은 시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26일 소방청이 공식 블로그에 게시한 설명에 따르면, 말벌 군락은 초봄에 이미 여왕벌로 인해 벌집이 형성되지만 규모가 작아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러나 7월부터는 산란과 일벌 개체의 증가로 벌집이 커지면서 사람들 눈에 많이 띄어 그에 따른 피해도 생기기 시작한다. 특히 말벌들은 기온이 더 높아질수록 많은 개체가 부화하여 활동을 시작하는데, 올해는 긴 폭염과 함께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시민들의 말벌 피해사례도 일찍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16일, 경북 안동에서는 60대 남성이 말벌에 쏘여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달 19일에도 경남 사천시에서 말벌로 인한 사망사례가 생겨났다. 소방청이 26일 다수의 언론을 통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벌집제거 출동건수도 1만 400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더 늘어난 수치다. 특히 벌 쏘임에 의한 피해신고가 예년보다 이른 시기인 7월 초부터 급증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말벌 개체 수 증가와 함께 피해 강도도 점차 커지고 있어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소방청은 23일 오전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공식 SNS를 통해 ‘말벌 주의보’를 발령하고 말벌사고와 관련한 안전수칙을 게시했다.
먼저, 말벌은 밝은 색상에 반응한다고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검은색이나 갈색 등 어두운 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지난 2016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6월~9월 초 가야산 국립공원에서 다수의 말벌집을 이용한 실험에 따른 결과다. 전문가들은 해당 실험을 통해 이러한 말벌의 성향이 천적인 곰, 오소리, 담비 등의 털이 어두운색 계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같은 이유로 말벌은 사람의 머리를 집중 공격하는 경우가 잦다. 이에 소방청은 말벌집이나 말벌개체를 마주했을 경우 자세를 최대한 숙이고 자리를 피할 것을 당부했다.
또 소방청은 말벌에 쏘였을 때 “독액이 몸에 퍼지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얼음이나 차가운 음료 등으로 냉찜질할 것을 권장했다. 침이 몸에 박히는 꿀벌과 달리 말벌은 침이 피부에 박히지 않아 침을 빼내려는 행동이 의미가 없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 이 밖에도 말벌을 쉽게 자극할 수 있는 향수와 화장품 사용을 자제하고, 주로 다음 달에 이루어질 벌초작업에 앞서서 벌집의 유무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요청했다.
소방청 최민철 119생활안전과장은 무엇보다 “폭염 속 벌의 활동증가로 피해가 속출하는 만큼 벌집을 섣불리 제거하거나 벌을 자극하지 말고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말벌의 활동량은 갑작스레 증가하기도 했지만, 대표적인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 시민들 사이에서 안도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으로 물웅덩이가 말라 모기유충의 생존성이 저하된 점, 모기성충의 활동성과 수명도 함께 줄어든 점을 모기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