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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한 경기의 흐름을 기록지 한 장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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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한 경기의 흐름을 기록지 한 장에 담아낸다
  • 취재기자 이중엽
  • 승인 2015.03.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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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의 알바라도 사관의 자부심".. 사회인 야구의 감초 ‘기록원’ 24시
화창한 주말, 한 고등학교 야구장에서 한창 사회인 야구가 진행 중이다. 2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아마추어 야구 동회회원들이 진짜 야구선수 못지않은 멋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 상황마다 환성을 지른다. 그런데 운동장 한 편에서 그들을 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사람이 있다. 대체 이 사람이 누구일까? 이 인물의 정체는 바로 사회인 야구 기록원이다. 이들은 전용 기호를 사용해 야구 한 경기 내용을 완전하게 기록지 한 장에 담아내 재현한다. 야구 기록원은 마치 역사를 쓰는 사관(史官)과도 같은 존재다.
▲ 부산공고 운동장에서 열리는 사회인 야구 경기를 한 기록원이 기록하고 있다. 기록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을 경우 운동장 밖에서 기록한다(사진: 취재기자 이중엽).
흔히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불린다. 그만큼 야구에서 기록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기록원은 일종의 권한을 가진다. 예를 들어, 기록원은 타자가 친 강한 타구를 야수가 못 잡을 경우, 강습 안타인지 야수의 실책인지 애매한 상황에서 이를 판단해서 기록하는 권한을 가진다. 기록원이 안타로 기록하면 타자가 웃고, 그렇지 않으면 수비수가 울상을 짓게 된다. 이 권한으로 기록원은 펜 하나로 투수와 타자를 웃게 할 수도 울게 할 수도 있는 셈이다. 사회인 야구 기록원 박채송(23, 부산시 수영구) 씨는 기록원의 이런 고유 권한 때문에 재미난 일도 많이 일어난다며 "매 경기마다 선수들이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면서, 선물 공세를 펼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록원들은 경기 전부터 현장에 나와 기록지에 선발 라인업, 경기 장소, 경기 시작 시간 등을 적는다. 경기가 시작되면 타격 결과, 사사구, 실책 등의 상황을 기록한다. 심판 판정에 맞춰 경기 중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빠짐없이 기록지에 표시된다. 기록원이 경기 돌발 상황을 하나라도 놓쳤다간 경기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선수들만큼이나 그들도 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몇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계속 경기를 지켜보면서 기록해야 한다는 게 기록원의 고충이다. 특히, 경기 중 특수한 상황이 일어나면, 기록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야구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수반돼야 기록원이 될 수 있다. 기록원은 투수의 자책점 계산과 타자의 타점 계산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기록원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야구 기록법을 배운 지 1년 됐다는 서문교(24,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지금까지도 투수의 자책점 계산은 어렵다”며 “야구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야구는 끝이 없다”고 말했다.
▲ 사회인 야구 경기의 한 기록지, 프로야구 기록과 동일한 방식을 사회인 아마추어 기록원들이 사용한다(사진: 취재기자 이중엽)
사회인 야구 기록원은 대부분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들이다. 기록원 임금은 사회인 리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경기당 3만원이다. 보통 한 경기장에서 하루에 3~4경기를 진행하는데, 한 기록원이 이 모든 경기를 담당하므로, 한 경기당 2시간 정도로 치면, 기록원 알바의 시급은 약 1만 5000원 정도다. 기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지현오(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기록원 알바의 장점은 짭짤한 수입이라며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돈도 많이 벌고, 무엇보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취미랑 맞는 알바를 하니 즐겁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록원 알바도 힘든 점이 있다. 지 씨는 기록원 알바를 괴롭히는 것으로 날씨를 꼽았다. 야구가 날씨에 민감하다보니, 비가 오면 경기가 취소되고, 그날 알바비는 날아간다. 추운 날에는 경기가 열리면, 손이 곱아 기록하기 어려울 지경이 된다. 지 씨는 “겨울에는 경기가 거의 없어서 혹독한 겨우살이를 해야 하고, 다른 알바를 찾아 전전해야 하는 게 흠”이라고 말했다. 기록원 아르바이트는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생소하다.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전문지식이 필요하므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독학으로 야구 기록법을 배우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기록원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사람들은 사적으로 아는 기존 기록원을 찾아가 개인 강습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야구 기록을 가르치는 사람도 많지 않고 배우는 기회도 흔치 않게 된다. 매년 초에 열리는 KBO 기록 강습회에 기록원이 되기 위해 강습비를 내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는 누구나 선착순 참여할 수 있고 2만 정도의 참가비용이 든다. 사회인 야구 기록원 이성채(22, 부산시 북구) 씨는 기록을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KBO 기록 강습회에 참석해 야구 기록을 배웠다. 이 씨는 “사회인 야구 기록원 알바 경험을 바탕으로 KBO 기록원을 직업으로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부산에는 30여 개의 크고 작은 사회인 야구 리그가 있다. 각 리그마다 서너 명의 기록원 알바를 고용하고 있어 부산에만 100여 명 가량의 기록원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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