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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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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으며
  • 편집위원 정일형
  • 승인 2015.04.06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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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후면 지난 해 그토록 잔인했던 사고의 1주기가 되는 날이다.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과 인솔 교사 14명이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1년 전 4월 15일 밤 인천항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가는 배에 일반승객 104명과 함께 탑승했다. 물론 배에는 선원 33명도 있었다. 이렇게 476명을 태운 6,835톤의 ‘세상을 초월한다’는 의미의 세월호는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던 울돌목 다음으로 물살이 세다는 진도 앞 맹골수도 해역에서 정말 세상을 초월한 사고로 전복되었다. 전체 476명의 승객 중 172명이 구조되고, 296명이 사망하였으며, 아직도 9명은 실종된 채로 남아있다. 사망자 296명 중 246명은 단원고 학생들이고, 실종자 9명 중 4명이 단원고 학생들로 전체 희생자 중 250명이 학생들이다. 결국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11명을 포함하여 2학년 전체 학생 336명 중 구조된 75명을 포함해 86명만 남아있는 셈이다.

이 세월호 사건에서 주로 단원고 학생들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8세 고등학교 2학년 250명이 제대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하고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과, 그 중 4명은 아직도 배 안에 남아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회피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참사 1주기가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나는 가끔 사고 장면을 상상해본다. 얼마나 숨 막히고 얼마나 추웠으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얼마나 막막했을까를 떠올려보면 가슴 한 쪽이 먹먹해진다. 이런 비슷한 경험은 20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도 느꼈었다. 그런데 삼풍백화점 사고에서는 생존자 구출 소식도 들려왔고 심지어 13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사람들도 있었다. 당시 나는 대학원 다니던 시절이었고 한참 여름방학 중이기도 했으며, 종종 들려오는 생존자 구조 소식에 감사하기도 했던 마음도 있어서인지 세월호 사고처럼 먹먹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소식은 참 어처구니가 없다. 아직 시신도 찾지 못한 9명의 사람이 배 안에 있고, 그 배는 인양한다는 계획조차 확실치 않은데다가, 세월호 참사 특별 조사 위원회 활동 중에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이 입법 예고되었다. 더욱이 세월호와 똑같은 구조를 가져 쌍둥이배로 알려진 ‘오마나호’도 인도에 매각된다는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이나 주위의 돌아가는 일들을 볼 때, 과연 이 세월호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고 진실 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사건사고가 발생되면 그 원인을 철저히 파헤치고 규명하여 두 번 다시 똑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 대구 지하철 참사, 성수대교 붕괴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과 더불어 세워호 참사 후에도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를 비롯해 판교 테크노밸리 지하철 환풍구 사고 및 강화 펜션의 글램핑장 사고 등 수많은 사건사고들을 보면서 여전히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20-30년 전의 사고나 바로 며칠 전의 사고나 여전히 사람들의 부주의와 노후 또는 불법 개조된 시설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실수는 인간의 인식 구조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수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 스스로 구조적 결함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일 것이다. 여기에 노후되거나 낙후된 부품이나 시설물을 개보수하는 방법이 함께 한다면 최소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라도 바다 한 가운데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를 하루라도 빨리 인양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 싼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들을 비롯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말끔하게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또한 인양을 통한 진생규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세월호 유족들은 삭발을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한 명당 배‧보상금이 4억이니 8억이니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시점이다. 삭발이라는 행위는 버림, 비움, 죽음이라는 상징을 의미한다. 참사의 당사자인 가족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상규명을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배‧보상금을 논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것은 마치 사고가 난 후 정확한 인명구조 여부도 아직 불투명한데, 1인당 보험금이 얼마라고 뉴스를 내보낸 이른바 ‘기레기’ 언론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정부를 비롯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지금까지 일말의 의심이라도 남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최소한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단식에 이어 삭발까지 해 가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떳떳하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에서라도, 반드시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그 길만이 열흘 남은 세월호 1주기를 가장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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