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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한국 최초 미투, 그후 1년①] 직장 회식은 '1차로', '낮으로' 변화...작은 직장은 여전히 미투 무풍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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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한국 최초 미투, 그후 1년①] 직장 회식은 '1차로', '낮으로' 변화...작은 직장은 여전히 미투 무풍지대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1.2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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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겪은 대기업은 이미지 하락⋅매출 감소로 여성친화적으로 변모 중...남성 상하 간 성희롱은 잠재적 문제 / 신예진 기자

"진실은 이길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은 진실이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많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야 만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이 판결이 기존의, 그리고 앞으로의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경고가 되길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위안이 되기를.“

한국 ‘미투’ 운동을 촉발한 창원지검 통영지청의 서지현 검사는 지난 23일 성추행 가해자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1심 실형 선고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1년 전인 2018년 1월 29일, 서 검사는 검찰 내부 전산망과 JTBC <뉴스룸>을 통해 8년 전 장례식장에서 검찰 간부로부터 당했던 추행 피해 사실과 그로 인한 인사보복 의혹을 폭로했다. 검찰 간부이자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안 전 국장. 그는 이날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 검사의 용기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은 1년간 한반도를 뒤흔들었다. 예술계, 교육계, 문학계, 체육계 등 대한민국의 각계각층의 피해자들이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그 결과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안희정, 노벨상 수상자로 거론되던 시인 고은, 연극연출계의 거장 이윤택 등이 미투의 격랑 한복판에서 좌초됐다. 물론 미투 운동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시빅뉴스는 미투 촉발 1년을 맞아 우리 사회의 변화를 3회에 걸쳐 짚어보기로 했다.
서지현 검사가 지난 24일 안태근 전 검사장의 1심 판결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서 검사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더 팩트 김세정 기자, 더 팩트 제공).

미투 그 후 1년, 기업서 변화의 아지랑이 피어오르다

미투가 바꾼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 문화는 ‘회식’이다. 매달 가지던 회식을 분기별로 줄이거나 1차에서 회식을 끝내는 변화가 있었다. 회식 시간을 밤이 아닌 낮으로 선택한 기업도 있다. 어두운 밤 술을 곁들인 회식 자리에서 불미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지방의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김희윤(36) 씨는 요즘 술이 약하지만 회식이 즐겁기만 하다. 밤을 잊고 3차까지 술로 ‘달리던’ 재작년과 달리 작년 하반기부터는 1차에서 끝내기 때문.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대부분이다. 회사 근처서 자취하는 김 씨는 “어차피 집에 먹을 것도 없는데 직원들과 한 끼 저녁 식사한다고 생각하면 회식이 정말 편하다. 가볍게 1차에서 회식을 끝내니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도, 지각하는 사람도 없다. 사실 지금껏 3차로 노래방 가는 게 제일 싫었다”고 했다. 서울의 한 패션회사는 우아한 ‘점심 회식’을 선택했다. 직원 한모(27) 씨는 “팀별로 분위기가 상이하겠지만 우리 팀은 점심때 맛있는 파스타와 와인 한 잔 정도를 곁들이며 회식을 끝낸다. ‘런치메뉴’는 주로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내놓는 곳을 찾는다. 가성비 좋은 회식"이라고 웃으며 자랑(?)했다. ‘미투’의 타격을 맞은 기업 중에는 종합 홈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이 있다. 한샘은 이제 ‘여성 친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한샘은 지난해 여직원 성폭력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사건은 이랬다. 한 남성 신입사원이 여성 신입사원 A 씨의 몰카를 찍었고, A 씨는 이들의 교육을 담당한 교육담당자를 찾아가 항의했다. 그러자 교육담당자는 오히려 A 씨를 성폭행했다. A 씨는 교육 담당자를 고발했고, 그 윗선인 인사팀장은 가해자인 교육 담당자를 감쌌고, A 씨는 징계까지 받았다. 한샘은 당연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인테리어 기업인 한샘의 주고객은 성인 여성이라 미투의 파급력이 더 셌다. 그 결과, 한샘의 영업 실적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후 한샘은 양성평등 기업을 만들려 동분서주했다. 양성평등 전문가 등과 수차례 회의 끝에 만든 ‘머물고 싶은 공간을 위한 약속’이라는 양성평등을 위한 사내 지침서도 발간했다. 여기에는 성폭력의 대응 원칙, 회사가 마련한 신고시스템 등 매뉴얼이 상세하게 담겨있다. 특히 올초부터 시작한 ‘나는 엄마입니다’ 연간 캠페인은 온라인상에서 따뜻한 호응을 얻고 있다. 미혼모의 애환을 담은 동영상도 제작해 온라인에 유포했다. 또 임신한 여직원 근무시간 조정, 육아휴직 2년 연장 등 여성 친화 사내 규정을 수립했다. 한샘은 주고객인 여성, 특히 어머니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는 목표다.

“‘미투’ 신고하지마~”...작은 사업장은 여전히 무풍지대

부산의 한 무역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모(27) 씨는 “미투로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분개했다. 무역 회사 특성상 남성이 많은데, 남성들이 아직도 미투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미투’를 여전히 농담 소재로 삼는다는 것. 대개 “이런 말 하면 00 씨 기분 나쁘려나? 이거 미투인가?”, “00 씨는 미투하지 말아요. 나 무섭단 말이야” 등의 조롱조 언급이 이에 해당한다. ‘펜스 룰’을 언급하며 여성 직원들에게 눈치를 주는 남성 직원들도 있단다. 펜스 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서 유래됐다. 즉, 남성 간부들이 여성 직원과는 사적인 대화, 식사를 하지 않아 아예 미투 문제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미다. 이 씨는 “펜스 룰이 처음 언론에 등장했을 때 우리 사무실에서도 일부 직원들이 여성 직원들 보면서 ‘우리도 일 나기 전에 펜스 룰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남성 직원치고 젠틀한 사람 단 한 명도 없다. 여성들이 애먼 사람 잡아다가 미투하는 것도 아닌데, 왜 여성들을 몰아세우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경남의 한 여행사에서 근무했던 김모(29) 씨는 최근 사표를 냈다. 거래처 직원들과 함께하는 회식이 문제였다.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거래처 남성 직원들의 은근한 성희롱을 견디지 못했다. 거래처 회식의 자리 배치는 항상 남녀 순이었다. 미투 논란 이후 김 씨의 과장은 “여성 직원들은 불참해도 된다”고 했지만 남성 직원들은 “여성들만 빼주는 것도 남녀차별”이라고 불만을 표해 여성 직원 회식 불참은 무산됐다. 김 씨는 “거래처 남성 직원들은 은근히 엉덩이를 붙여 앉는다. 그리고 분위기를 만들어 꼭 회식할 때마다 한 번은 러브샷을 했다. 어쩔 땐 주말에 개인 번호로 뭐하냐고 연락까지 왔다. 우리 회사 남성 직원들은 그 모습이 보기 좋았나 보다. 내가 예민한 건지”라고 분노에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의 회사는 작은 규모의 사업장이라 거래처 직원들을 상대로 미투를 외칠 수도 없었다. 김 씨로 인해 거래가 중단된다면 그 피해와 무게를 김 씨는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서지현 검사가 지난 2018년 1월 29일 검찰 내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후 1년이 흘렀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남성 상사에 의한 남성 성추행도 문제

남성 직원들 중에는 직장내 남성 상사에 의한 성폭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경우가 있다. 위계권력에 의한 남남 성폭력은 사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즐겁게 술을 마시다 “한 번 만져보자”며 남자 상사가 대놓고 부하 남자 직원을 은근슬쩍 스킨십하는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경남의 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남성 B(30) 씨는 익명을 강하게 요구하며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B 씨의 팀은 팀 특성상 남성 직원이 대부분이다. 건장한 남성 몇 명이 모이면 으레 그렇듯 회식과 사소한 술 약속이 잦다. 가까운 교외로 나가 펜션에서 술을 마시다 거나하게 취해 그대로 잠드는 경우도 있단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누군가가 자고 있던 B 씨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던 것. 알고 보니 B 씨의 팀장이었다. B 씨는 “다들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으로 자고 있었다. 나도 그때 구석에서 새우잠을 잤다. 그런데 갑자기 누가 내 엉덩이를 잡더라. 깜짝 놀란 마음과 동시에 ‘더럽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냥 잠결에 뒤척이는 척 바른 자세로 누웠다”고 당시를 전했다. 상급자인 남성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이다. B 씨는 잠자코 모른 척하고 지냈다. 그러나 피해자는 B 씨뿐만이 아니었다. B 씨의 후배도 C 팀장에게 같은 방법으로 성추행을 당했던 것. 후배 역시 C 팀장에게 아무 말도 못 했단다. 이들이 정식으로 C 팀장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었다. 증거도 없었고, 팀 특성상 피해자인 B 씨와 B 씨의 후배 근무지만 변경하는 것이 조치의 전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장 내의 ‘까라면 까라’ 하는 분위기도 이들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 B 씨는 “언젠가 남녀가 모두 ‘미투’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때 되면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성폭력 피해 상담은 1년 365일 항상 열려있는 1366이나 전국 180여 개의 지역 성폭력 상담소를 통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발생시 혼자 대처하기보다는 상담소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얻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펴낸 <보통의 경험>을 참고하는 것도 한 방법. 이 책은 성폭력 사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제시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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