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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여자 화장실, 치장하는 여성이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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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여자 화장실, 치장하는 여성이 '점령'
  • 취재기자 이원영
  • 승인 2015.09.1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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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여자 화장실에 파우더 룸 설치하는 지하철역, 백화점도 늘어

부산 경성대부경대 지하철역 여자 화장실 입구는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고, 화장실 안은 거울을 보며 단장하는 여성들로 인해 손 씻는 차례를 기다리는 또 다른 줄이 생겼다. 이는 주말 아닌 평일에도 사람이 몰릴 때면 이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거울이 부착된 세 개의 세면대 앞은 손을 씻으려는 여성과 화장하는 여성들로 비좁기 짝이 없다. 이곳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는 경성대 재학생 우모(19) 씨는 세면대 앞에 서서 화장하는 사람 때문에 불편을 자주 겪었다. 우 씨는 "손을 씻기 위해 직접 비켜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가 지하철역이나 지하철 환승역 등 번화가에 위치한 여자 공중화장실은 볼 일 보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화장을 고치거나 머리를 정돈하기 위해 그곳을 찾은 여성들로 북적인다. 공중화장실에서 화장품, 헤어 기구로 치장하는 이런 여성들을 일컫는 ‘고데기족’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별도로 마련된 화장용 파우더룸이 없는 협소한 여자 공중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치장하는 이들 고데기족들 때문에 여자 화장실은 붐비기 일쑤다.

대학생 이주현(23) 씨도 부산의 한 지하철역 여자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려는데 세면대 앞에서 화장하는 사람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그곳에서 어떤 여자는 헤어 기구까지 들고 와서 세면대를 차지한 채 머리를 손질했던 것이다. 이 씨는 "이런 행동은 미용실도 아니고 지나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쇼핑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부산 서면 지하상가 내 여자 화장실 세 곳은 주말만 되면 많은 사람이 몰린다. 이곳에서 10여 년째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미화원 강모(72) 씨에 따르면, 이곳 화장실에서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이 화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핸드 드라이어 옆 콘센트에 헤어 기구를 꼽고 머리를 손질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세면대에 머리카락이 수북하고, 변기에는 화장한 뒤 버려진 화장지와 면봉으로 변기가 자주 막힌다. 강 씨는 "직업이니까 감수하며 일하지만 청소하는데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공중화장실에서 잠깐 화장을 고치는 정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압구정역, 건대입구역 등의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는 최지혜(23) 씨는 여자들은 급하게 단장해야 할 상황이 있다며 “세면대 앞을 장시간 막고 서 있지만 않는다면 괜찮지 않냐”고 반문했다. 경성대부경대역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는 부산의 직장인 신점수(67) 씨도 이곳에서 젊은 학생들이 치장하느라 바쁜 모습을 많이 목격한다. 하지만, 신 씨는 “젊은 나이에 꾸미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여자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는 고데기족이 늘자 아예 여자 화장실을 고급화해서 파우더룸을 설치하는 지하철 역과 백화점 등이 등장하고 있다. 왼쪽은 새로 단장된 부산 서면역 2호선 여자화장실이고, 오른쪽은 롯데백화점 동래점 여자화장실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공중화장실에서 여성들이 화장하고 머리를 손질하는 행동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자, 일부 백화점, 마트, 영화관 여자 화장실에는 여자 고객 편의를 위해 몇 개의 거울과 의자가 있는 파우더룸을 설치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리모델링한 지하철역 화장실에도 여성들이 편하게 치장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있다. 부산 서면역 2호선 여자 화장실에는 최근 세면대 맞은편에 몇 개의 거울과 그 밑으로 가방 및 화장품을 놓을 수 있는 선반이 마련됐다. 서면역 고객서비스센터 역무원 정동열(48) 씨는 현재 부산도시철도 화장실 개선 사업에 따라 곳곳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며, 개선된 화장실은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고 보다 나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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