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군것질을 자주 하는 대학생 최은지(24,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씨는 최근 인터넷 쇼핑몰 ‘떠리몰’에서 과자를 구입했다. 떠리란 팔고 남은 물건을 싸게 파는 것을 일컫는 말로, 떠리몰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인 일명 ‘B급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쇼핑몰이다. 최 씨는 군것질 비용으로 돈이 만만찮게 나가서 골머리를 앓던 중 떠리몰을 알게 됐다며 “반값에 과자를 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2011년 즈음 등장한 B급상품 판매쇼핑몰은 잇따른 경기불황으로 최근 인기가 높다. 주부 최연남(56, 부산 북구 화명동) 씨는 가족들이 과자 등 군음식을 하루에서 이틀 내로 다 먹기 때문에 원가보다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B급상품 쇼핑몰을 애용한다.
인터넷 상의 B급상품 판매처로는 떠리몰을 비롯해서, ‘임박몰,’ ‘이유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쇼핑몰들에서는 적게는 원가의 30%, 많게는 90%까지 할인하여 제품을 판매한다. 4월 20일 떠리몰과 임박몰은 90% 세일 이벤트로 접속자가 폭주하여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대학생 이예린(21, 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물건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그의 주변에서 B급상품을 사는 사람이 늘었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섭취해도 괜찮다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그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먹고 탈이 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려와는 달리 유통기한은 제품의 품질을 고려하여 식품의 제조·가공 후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으로, 식품이 소비될 수 있는 기한인 소비기한보다 짧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식품 소비기한은 우유가 50일, 빵이 20일, 냉동만두가 25일, 슬라이스 치즈가 70일이다. 따라서 유통기한 만료가 반드시 제품의 변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하은비(21, 부산 부산진구 가야동) 씨는 얼마 전까지는 B급상품 구매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는 “유통기한이 지나도 소비기한이 남아서 마음 놓고 구입해 먹는다”고 말했다
제품에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병행 표기는 2012년에 시범사업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현재 유통되는 제품에는 소비기한이 표기돼있지 않다. 식약처의 2013년 유통·소비기한 병행표시에 따른 영향 분석 발표에 따르면, 병행 표기가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시범사업이 중단됐다. 소비기한이 제대로 표기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의 유통기한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B급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요식업 종사자 황진아(49) 씨는 애초부터 유통기한이 식품 신선도와는 관계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B급상품을 별걱정 없이 구매하고 있다. 그는 “유통기한 며칠 지난 것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