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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간편해야 통한다"…‘스낵 컬처’ 시대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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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간편해야 통한다"…‘스낵 컬처’ 시대 도래
  • 취재기자 조정원
  • 승인 2015.04.1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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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TV 프로도 10분 내외 줄여 즐기기...문화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로
 대학생 김주희(22, 경기도 안성) 씨는 최근 과제가 많아져 방영 시간에 맞춰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다음날 친구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할 때, 김 씨는 자연스럽게 대화에 낄 수 있다. 그 이유는 전 날 보지 못한 프로그램을 인터넷 음악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하이라이트 편집영상을 보면서 등교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전날 못 봤던 프로그램을 등교시간을 이용해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서 등교를 한다. 그러면 마치 예능 전체를 다 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긴 TV 프로그램 전체를 짧은 시간 동안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으로 대체하는 등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새로운 트렌드를 ‘스낵 컬쳐(snack culture)’라고 한다. 스낵 컬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낵 과자처럼,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서 10분이나 15분 내외로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을 뜻한다. 스낵 컬쳐는 지하철역이나 병원 등에서 이뤄지는 작은 음악회, 직장인의 점심시간 등과 같은 자투리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문화공연이나 레포츠 등에서 시작됐다. 최근 바쁜 현대인들이 큰 맘 먹고 음악회 혹은 공연장을 찾아 문화공연을 즐기거나 두꺼운 문학 서적을 읽는 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바쁜 삶 속에서 간단하게 문화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현대인이 많아지면서 스낵 컬쳐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됐다. 중앙일보 2014년 12월 16일자 기사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을 발표하면서 2015년에는 스낵 컬처가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낵 컬쳐는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스낵 컬쳐의 대표 주자는 단연 웹툰이다. 사람들은 짧으면 1분에서 길어야 5분까지 짧은 시간 내에 웹툰 1화를 볼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웹툰이 2014년에 2,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작년의 4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만 19세에서 59세 사이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웹툰 소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79.2%가 한 번쯤 웹툰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으며, 그 중 20대 응답자는 68.8%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이용자 수가 1,400만 명을 넘어선 페이스북은 스낵 컬쳐가 유행하면서 그 모습이 변하고 있다. SNS 초창기인 2010년에는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대부분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은 다양한 페이지에 게시되는 2~3분짜리 짧은 영상을 보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단으로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 직장인 김현정(22, 부산 수영구 광안동) 씨는 2013년에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일상을 올렸지만, 최근 그 용도가 달라졌다. 김 씨는 SNS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기보다는 출퇴근 시간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내리면서 많이 올라온 짧은 영상을 보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김 씨는 “1-2분분짜리 영상이 타임라인에 올라올 때마다 본다. SNS에 일상을 기록하는 건 이미 뒷전이 됐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정보 습득도 스낵 컬쳐의 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신속히 찾아주는 앱도 등장했다. 정보를 찾아 주는 앱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 업무를 주관하는 큐레이터처럼 문화 콘텐츠를 찾아주는 콘텐츠 큐레이터라 불리는데, ‘피키캐스트’란 앱이 그 대표주자이다. 피키캐스트는 인터넷 상에서 많은 공감을 얻은 콘텐츠를 짤막하게 편집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앱이다. 피키캐스트 회사에 소속돼있는 에디터들은 일종의 큐레이터 역할을 한다. 에디터들은 연예, 시사, 연애, 뷰티 등의 분야에서 회사가 뽑은 전문가들로 인터넷 상에 있는 많은 정보를 분류하고 유용한 정보를 고르고 편집해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피키캐스트는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인기를 얻은 글쓴이, 페이스북 인기 페이지 관리자, 파워블로거 같은 사람들을 섭외하거나 직접 에디터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분야의 에디터들을 모은다. 대학생 이보라(22, 부산진구 양정동) 씨는 영상을 만드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슈가 되는 영상을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찾아야 하는데, 영상 정보가 이곳저곳 흩어져 있어서, 원하는 영상을 찾기가 어렵다. 그럴 때 이 씨는 피키캐스트를 이용하여 아이템을 찾는다.
▲ 다양한 정보를 피키캐스트 메인화면에 볼 수 있다(좌)이미지하나와 짧은 글이 특징인 편집양식(우) (출처 : 피키캐스트)
피키케스트 에디터들이 게시한 정보들은 먹킷리스트, 별의 별 스타, 세상 모든 이슈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데 ,게시된 글의 편집방식은 다른 서비스와는 차별화 돼 있다. 한 눈에 들어오는 짤막한 텍스트와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로 화면을 채우고 한 장씩 넘기는 형식을 띄고 있다. 이러한 편집방식은 어렵고 긴 글을 읽는 것을 회피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인의 스낵 컬쳐는 음식업계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사할 때 스낵 과자처럼 빨리 간단하게 먹길 원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나온 밥버거가 스낵 컬쳐가 반영된 메뉴의 일종이다. 밥버거란 밥을 햄버거의 빵처럼 두 덩이로 나누어서 그 사이에 반찬 토핑을 넣어 햄버거처럼 먹는 음식이다. 간편식이라는 특성상 밥버거는 식사대용으로 유용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짧은 시간 식사를 해결해야 할 때 찾곤 한다. 직장인 하성임(22, 부산 수영구 광안동) 씨는 회사를 마치고 학원으로 향할 때 저녁 먹을 시간이 없어 항상 밥버거로 끼니를 때운다. 하 씨는 “짧은 시간 내에 이만한 음식이 없다”며 “간편식으로는 최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캠핑을 오랜 기간 즐길 수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 거주지 주위에 당일치기 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늘고 있다. 이른바 도시캠핑이다. 도시캠핑도 일종의 스낵 컬처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 근교에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부담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 도시캠핑장 부산의 ‘삼락오토캠핑장’의 모습 (사진제공 : 박가빈)
2014년 7월 ‘삼락오토캠핑장’은 부산시 최초 공공 오토캠핑장으로 낙동강 둔치에 개장됐다. 접근성이 좋고 이용 요금도 2만 5,000원으로 저렴해 주말에 간단히 캠핑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부산일보 2014년 11월 10일자 기사에 따르면, 개장일인 7월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3개월 동안 이용 건수가 총 1,817건으로 이용률이 42.5%를 기록했다.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대부분 캠핑장의 이용률이 30~35%인 점을 감안하면, 삼락 오토캠핑장의 이용률은 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금속 액세서리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박가빈 씨는 지난 달 3월, 주말에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캠핑장을 남자 친구와 찾았다. 전기도 사용할 수 있고, 따뜻한 물도 이용할 수 있어서 기존 캠핑보다 더 편하게 주말 캠핑을 즐겼다. 박 씨는 “인기가 좋아 예약하기가 힘들지만, 만약 예약만 쉽게 되면, 매 주 오고 싶다”며 도시캠핑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성대 철학과 하동윤 외래교수는 현대인들이 스낵 컬쳐를 찾는 이유로 사람들의 취향과 취미의 다양화, 개인화, 그리고 스마트폰의 발전과 보급 등을 들었다. 하 교수는 “많은 사람들의 욕망은 증대되는데, 그것을 충족시켜줄 시간과 돈은 제한적”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또 나아가 소통할 수 있는 스낵 컬쳐가 오늘날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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