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TV 프로도 10분 내외 줄여 즐기기...문화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로
대학생 김주희(22, 경기도 안성) 씨는 최근 과제가 많아져 방영 시간에 맞춰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다음날 친구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할 때, 김 씨는 자연스럽게 대화에 낄 수 있다. 그 이유는 전 날 보지 못한 프로그램을 인터넷 음악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하이라이트 편집영상을 보면서 등교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전날 못 봤던 프로그램을 등교시간을 이용해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서 등교를 한다. 그러면 마치 예능 전체를 다 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긴 TV 프로그램 전체를 짧은 시간 동안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으로 대체하는 등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새로운 트렌드를 ‘스낵 컬쳐(snack culture)’라고 한다. 스낵 컬처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낵 과자처럼,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서 10분이나 15분 내외로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을 뜻한다.
스낵 컬쳐는 지하철역이나 병원 등에서 이뤄지는 작은 음악회, 직장인의 점심시간 등과 같은 자투리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문화공연이나 레포츠 등에서 시작됐다. 최근 바쁜 현대인들이 큰 맘 먹고 음악회 혹은 공연장을 찾아 문화공연을 즐기거나 두꺼운 문학 서적을 읽는 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바쁜 삶 속에서 간단하게 문화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현대인이 많아지면서 스낵 컬쳐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됐다. 중앙일보 2014년 12월 16일자 기사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을 발표하면서 2015년에는 스낵 컬처가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낵 컬쳐는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스낵 컬쳐의 대표 주자는 단연 웹툰이다. 사람들은 짧으면 1분에서 길어야 5분까지 짧은 시간 내에 웹툰 1화를 볼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웹툰이 2014년에 2,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작년의 4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만 19세에서 59세 사이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웹툰 소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79.2%가 한 번쯤 웹툰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으며, 그 중 20대 응답자는 68.8%가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이용자 수가 1,400만 명을 넘어선 페이스북은 스낵 컬쳐가 유행하면서 그 모습이 변하고 있다. SNS 초창기인 2010년에는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대부분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은 다양한 페이지에 게시되는 2~3분짜리 짧은 영상을 보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단으로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다.
직장인 김현정(22, 부산 수영구 광안동) 씨는 2013년에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일상을 올렸지만, 최근 그 용도가 달라졌다. 김 씨는 SNS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기보다는 출퇴근 시간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내리면서 많이 올라온 짧은 영상을 보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김 씨는 “1-2분분짜리 영상이 타임라인에 올라올 때마다 본다. SNS에 일상을 기록하는 건 이미 뒷전이 됐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정보 습득도 스낵 컬쳐의 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신속히 찾아주는 앱도 등장했다. 정보를 찾아 주는 앱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 업무를 주관하는 큐레이터처럼 문화 콘텐츠를 찾아주는 콘텐츠 큐레이터라 불리는데, ‘피키캐스트’란 앱이 그 대표주자이다.
피키캐스트는 인터넷 상에서 많은 공감을 얻은 콘텐츠를 짤막하게 편집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앱이다. 피키캐스트 회사에 소속돼있는 에디터들은 일종의 큐레이터 역할을 한다. 에디터들은 연예, 시사, 연애, 뷰티 등의 분야에서 회사가 뽑은 전문가들로 인터넷 상에 있는 많은 정보를 분류하고 유용한 정보를 고르고 편집해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피키캐스트는 커뮤니티사이트에서 인기를 얻은 글쓴이, 페이스북 인기 페이지 관리자, 파워블로거 같은 사람들을 섭외하거나 직접 에디터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분야의 에디터들을 모은다.
대학생 이보라(22, 부산진구 양정동) 씨는 영상을 만드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슈가 되는 영상을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찾아야 하는데, 영상 정보가 이곳저곳 흩어져 있어서, 원하는 영상을 찾기가 어렵다. 그럴 때 이 씨는 피키캐스트를 이용하여 아이템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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