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반 김경희(22, 부산 사상구) 씨는 수년 전에 구매했던 볼캡(야구모자)을 모처럼 다시 꺼내 쓰고 다닌다. 스냅백(모자창이 크고 평평한 힙합 모자)이 한창 유행했던 작년에는 볼캡 을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요즘 볼캡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다시 등장해서 그녀도 다시 볼캡 을 즐겨 쓰고 있다. 그녀는 “요즘 유명 연예인들이 볼캡을 쓰면서 나도 10년 전에 사놨던 볼캡을 요즘 다시 꺼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를 가장 유행했던 패션 아이템은 스냅백이었다. 창이 큰 모자에 약간 비스듬하게 쓰는 게 멋이어서 어른들에게는 불량해 보이기도 했던 스냅백은 지고 2015년 새로운 복고 아이템으로 볼캡이 재등장했다. 볼캡은 ‘Baseball Cap’을 줄여 부른 말로 우리말로 하면 야구 모자다.
볼캡 유행을 이끈 것은 방송 프로그램들이다. MBC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나온 혁오 밴드의 오혁이 캡 모자를 쓰고 나와 큰 화제가 됐고 엠넷의 힙합 오디션 <쇼미더머니>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에 나온 래퍼들이 캡을 쓰고 나와 인기를 얻었다.
부산 나이키 매장의 관계자 정모 씨에 따르면, 얼마 전부터 젊은이들이 2000년 초반에 출시됐으나 지금은 나오지 않는 나이키 볼캡을 많이 찾아서 당황했다고 한다. 정 씨는 “나중에 방송에 볼캡을 쓴 연예인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2015년 패션 스타일을 알리는 또다른 특징은 ‘평범함’을 뜻하는 ‘놈 코어 룩(norm core look)’이다. 보통을 뜻하는 단어인 노말(normal)과 핵심을 뜻하는 단어인 코어(core)의 합성어인 놈 코어는 평범한 게 핵심이란 뜻이다. 놈 코어 룩은 평범하면서도 개성 있고, 편안하면서도 깔끔한 패션을 말한다.
<이데일리>의 8월 12일 자 보도에 의하면,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 트렌드 분석 센터는 올 가을의 소비 트랜드는 양보다는 질이고 화려함보다는 평범함이며, 바로 놈 코어 룩이 평범한 느낌을 주면서 담백한 멋이 돋보이는 패션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놈 코어 룩은 장식이 적고, 무채색이 많으며, 편한 대로 입는 스타일이다. 또한 편하게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등교하는 대학생들도 놈 코어 룩이 많이 보인다. 그 예로는 맨투맨에 반바지, 와이셔츠에 청바지 등이다.
부산 경성대 앞 대학가에서 옷집을 운영하는 김수영(49) 씨는 “매출을 보면 기본에 충실한 맨투맨(긴팔 티)이나 니트 종류들이 가장 많이 나간다. 요즘 추세는 평범하고 기본적인 아이템이 가장 잘 팔린다”고 말했다.
놈 코어 룩은 네티즌들 사이에선 ‘남친 룩’이라고도 불린다. 여성들이 본인들의 남친이 깔끔하고 평범하게 입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남친 룩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직장인 박다애(22, 부산 금정구 부곡동) 씨는 “잘 보이기 위해 이것저것 꾸미기보다는 그냥 평범하고 깔끔히 입는 것이 가장 예뻐 보인다. 그래서 남자 친구에게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남친 룩의 예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많이 요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가연(22, 부산 금정구 남산동) 씨는 놈 코어 룩이 개성이 약하기 때문에 오래 갈 유행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 씨는 “개성을 찾는 사람들은 평범한 것을 싫어한다. 조만간 놈 코어 룩은 튀는 형태로 다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