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을 나서는 반려인들이 많다. 이와 함께 최근 개 물림 사고도 전국에서 빈발하고 있다.
지난 달 10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요양병원에서 키우던 도사견이 관리인의 실수로 개 집을 빠져나왔다. 요양원 앞길을 산책하던 60대 여성 환자 등 2명이 도사견에게 습격당했고 결국 한 사람은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지난 달 11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올드 잉글리시 쉽독’ 견종의 개에게 습격당했다. 피해자는 대형견에게 신체 주요 부위 등 총 4곳에 이빨 자국이 났다. 또 12일에는 경기도 광주시의 한 공원에서 산책 중이던 20대 남성이 대형 반려견인 ‘그레이트 데인에게 왼쪽 손목을 물렸다.
잉글리쉬 쉽독과 ‘그레이트 데인은 모두 대형견이지만, 입마개 착용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개는 아니다. 이들 모두 사고 당시 입마개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도사견,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스테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 와일러 등 5대 맹견과 그 잡종견에만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잉글리쉬 쉽독과 그레이트 데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두 견종은 덩치에 비해 순한 천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줬다. 동물 전문가는 "아무리 순한 반려견이라도 특정 상황이 되면 언제든 사람을 물 수 있다"며 "경각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5~10월 개 물림 사고 집중…다른 달보다 사고 발생 가능성 높아
2017년 한 유명 음식점 대표가 이웃집 연예인이 기르던 프렌치 불독에게 물려 숨진 사건을 계기로 대형견의 목줄과 입마개 착용에 대한 법령 정비와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됐다.
정부는 몸 높이 40cm 이상 대형견에게는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고 목줄 길이도 2m 이내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주민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일명 ‘'개파라치’ 제도의 도입도 논의된 바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모든 대형견을 범죄견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며, 크기와 사나움이 비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대형견들에게 장시간 입마개를 씌울 경우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개 물림 사고로 인해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지난달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됐다. 맹견과 외출할 때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 같은 안전장치를 채우도록 하는 등 맹견 소유자의 주의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이 강화됐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반 견의 목줄을 채우지 않았을 때 과태료가 2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맹견의 경우 처분 강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아 사람을 다치게 한 견주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사망 사고가 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그러나 반려견 물림 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은 최근 3년간 119 구급대가 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가 6883명이라고 밝혔다. 매년 2000여 명 이상이 사고를 당하고 있다. 또한 계절별로는 야외활동이 많은 5월부터 10월까지가 월평균 226명으로 연평균 191명보다 18%(35명)가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타인 배려하는 펫티켓 필요…반려견 자극하는 행동은 삼가야
개 물림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펫티켓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도 필요하다. 지나가는 강아지가 귀엽다는 이유로 다가가거나 만지려고 했다가는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주인의 허락 없이 개를 만지거나 다가가지 말아야 하고, 특히 음식을 먹거나 새끼를 키우는 개는 민감하므로 자극하지 말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소방청은 "어린이와 개가 단둘이 있게 하지 말아야한다"며 "외출 시에는 개에게 반드시 목줄을 매고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반려견 숫자는 507만 마리로 추정된다. 국민 10명 중 1명 이상이 개를 키우는 셈이다. 견주들의 배려와 시민들의 의식 개선으로 사람과 반려견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