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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탈출해도 천국이 기다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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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탈출해도 천국이 기다리지는 않는다
  • 취재기자 이하림
  • 승인 2015.11.04 14: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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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엑소더스 행렬에 "이민 가도 취업난, 편견 시달릴 것 " 충고 많아
▲ 2013년 677명이었던 이민자 수가 2014년 1322명으로 증가했다(사진: 시빅뉴스 캡처).

“이제 곧 중학생이 되는 6학년이에요. 저는 한국에서 살기 싫어서 이민을 가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살기에는 너무 힘든 나라 같아요. 교육 문제가 갑갑하잖아요. 한국에서 힘들게 대학 가고 취업 준비하고 그렇게 괴롭게 살기 싫어요. 그냥 외국 가서 알바하면서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이글은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그랬어>에 실린 한 어린이의 고민이다.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이민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10대 20대 젊은이들이 이민을 고민하거나 결행하고 있다.

법무부 조사결과, 지난 2013년 677명이었던 이민자 수는 2014년 1,322명으로 두 배나 훌쩍 뛰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752명으로, 2013년 전체 이민자 수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숫자는 전 연령층을 다 포함한 것이어서 특별히 젊은층의 이민이 증가한 근거는 아니다. 그러나 젊은층의 이민 열기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해외 취업자 수에서 나타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8년 1,434명이었던 해외 취업자 수가 2010년에는 2,719명으로 늘었고, 2012년에는 4,007명으로 급증했다.

부산 지역 사립대 졸업반인 김모(27) 씨는 해외 취업을 통해서 외국에 자리를 잡고 생활이 안정되는 대로 부모를 외국으로 부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모가 이민을 가는 바람에 자녀들이 동반 이민을 가는 형태가 아니고 젊은 자식이 이민을 가서 부모를 부르는 형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김 씨의 경우가 젊은이들의 해외취업이 곧 이민의 수순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젊은이들이 이민을 결심하는 이유는 일명 ‘헬조선’을 탈출하기 위해서다. 헬조선이란 지옥(hell)과 한국(조선)을 합한 말로, '지옥 같은 한국'이나 '한국, 지옥에나 떨어져라'와 같은 저주스런 뜻이다. 계속되는 공부 부담, 취업난, 물가, 편견, 여러 가지 정치적인 문제 등이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젊은층 이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연 취업이다.

부산 지역 대학생 김모(26) 씨는 최근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의 극심한 취업난 때문이다. 김 씨는 “좋은 스펙을 가지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여럿 봤다. 나도 할 만큼 하고 있는데 그렇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이민을 결심하게 됐다. 더 나은 환경에서 학력, 직업 차별 없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높은 물가나 생활비도 이민을 결정하는 이유 중 하나다. 비싼 학비와 결혼자금, 물가에 비해 낮은 임금 등에 대한 불만이 여기에 속한다. 부산 지역 회사원 이모(28) 씨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와 북유럽 국가로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 이 씨는 회사를 3년 째 다니고 있지만 모아둔 돈이 1,000여만 원 뿐이다. 월급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학자금 대출도 아직 갚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월세, 생활비로 쓰고 나면 저금할 돈은 얼마 없다. 곧 결혼도 해야 하는데 집 구할 때 또 대출을 받으면 평생 빚만 갚다가 죽을까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북유럽을 택한 이유가 특히 복지 혜택 때문이다. 그는 "나 뿐 아니라 내 자식들에게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과거 북미와 오세아니아에 집중됐던 국내 이민자가 복지가 좋은 북유럽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국가별 해외이주자 통계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2년 해외 이민자 중 미국 2만 4,847명, 캐나다 3,690명, 호주 2,462명, 뉴질랜드 1,350명이었다. 이 수치가 2013년과 2014년 사이에는 미국 5,462명, 캐나다 793명, 호주 321명, 뉴질랜드 210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반해,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필란드 4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수는 2007년 2,123명에서 2013년에는 4,113명으로 약 2배나 늘었다.

그러나 이들처럼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나라로 무작정 떠난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 문화, 교육 등 타지에서 이미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만은 아니다.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김혜령(29) 씨는 졸업 후 영주권을 받아 호주에서 생활할 계획이다. 유학이 이민으로 연결되는 케이스다. 하지만 그 곳에서도 김 씨는 한국 학생들이 한국에서 하는 것과 같은 고민을 한다. 김 씨는 “한국 못지않게 호주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졸업 자체를 못 한다. 게다가 여기선 영어로 공부해야 하니, 스트레스는 배가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호주에서의 취업은 김 씨에게 더 큰 스트레스다. 김 씨는 “여기서도 취업은 고민거리다. 대학까지 나와서 음식점에서 서빙하고 있을 순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가 처한 취업 현실은 녹녹치 않다. 그는 “한국에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할래’라는 장난스런 교훈이 있는데, 여기서도 비꼬는 말로 ‘공부 안 하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만든다’라는 조크가 있다. 이런 면에서 (취업난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덴마크에 거주하는 한 블로거에 따르면, 많은 북유럽 국가에서는 이슬람 교도 등 타국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크고, 비유럽권 사람들에게 기술 이민이 예전처럼 오픈돼 있지도 않다고 한다. 이 블로거는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이 무슨 돌파구인 것처럼 오판하고 있는 것 같다. 북유럽을 잘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 환상에만 젖어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 IOM이민정책연구원 오정은 연구교육실장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청년들의 이민 열풍이 과거보다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발전 가능성이 막혀 있어 우울해 하는 젊은이들이 탈출하듯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내 취업이 어려우니 해외 취업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 실장은 해외 취업을 고려하는 젊은이들에게 “어학도 충분히 갖추고, 나에게 맞는 능력 개발에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기술과 자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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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한무 2016-12-03 21:19:06
개한민국 꼬라지 보기 싫어서 이민가는 거랑 거기도 꼴보기 싫은 놈들 있고 힘들고 하는 거랑은 뭔 상관이야~ ㅅㅂ 이건 뭐 요점을 파악을 못하네~ 잘 살려고 이민가나? ㅈ같으니 이민가지 ㅋㅋㅋㅋㅋ 다르게 말해서, 한 놈 죽어라 괴롭힐 때 내 편하려고 괴롭히나? 그냥 그새기 짜증나니 같이 흙탕물 뛰어드는거지~ 그리고 그렇게 황당하게 가는 게 이민인가. 다들 일하다가 가고, 공부하다가 취직하고, 능력있어서 거기서 부르면 가고... 그래야 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