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쉽고 빠르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배달앱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배달앱 이용자 수가 많아질수록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심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 직장인 A(25) 씨는 최근 무심코 배달앱을 이용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얼마전 전 남자친구인 B씨와 헤어진 뒤 자신의 위치를 숨겨왔는데 B씨가 배달앱 고객센터를 통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소에 찾아와 폭행을 가한 것이다. A씨와 B씨는 한 동안 동거하던 사이였는데 말다툼 끝에 헤어진 후 A씨는 지인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B씨와 다시 만나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카톡 등 SNS도 모두 차단했다. 그럼에도 B씨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나 실랑이를 벌이다 손찌검을 했다.
알고보니 B씨는 A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배달앱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는 방법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전화번호를 불러주며 “이 번호로 주문을 했는데 배달이 안됐다”고 속여 A씨의 위치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배달앱 고객센터 직원은 간단한 본인확인 절차만 거쳐 집 주소를 알려주었고 결국 A씨는 B씨에게 화를 당했다.
배달앱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사례는 주위에서 흔히 발견된다. 직장인 C씨(23)는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먹은 뒤 배달원으로부터 거의 스토킹에 가까운 추근거림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 얼마전 한 배달원은 C씨의 휴대전화로 “마음에 드는데 연락하자”, “나이가 어떻게 되냐” 등의 사적인 내용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불쾌감을 느낀 C씨는 “연락을 안했으면 좋겠다”면서 거절했으나 그 후에도 몇차례나 전화가 걸려와 무서웠다고 말했다. C씨는 “배달앱이 편리해서 원래 자주 이용했었는데 이런 일을 당하고 난 뒤 배달앱을 이용하기가 꺼려졌다”고 말했다.
배달앱을 이용해 음식을 시켜먹은 뒤 해당 음식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남기자 음식점으로부터 욕설과 협박이 담긴 전화와 문자를 받은 피해사례도 많다. 대학생 손민정(25) 씨는 “배달앱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많아지는 걸 보면서 음식점에서 연락이 올까봐 배달앱에 솔직한 평가를 남기기도 어렵고 내 개인정보도 유출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며 “배달앱이 편리하긴 하지만 이용할 때마다 불안하고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배달앱 이용자의 개인 정보에 대한 접근 및 통제는 배달앱 업체에 자율적으로 맡겨져 있다. 그렇다면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집주소를 가르쳐준 배달앱 업체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해당 배달앱 관계자는 “당시 ‘고객 주문 확인 규정’에 따르면 고객이 전화번호, 주문한 음식점, 주문 시각 중 일부를 제시하면 배달 장소를 포함한 주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 규정은 관련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법적 자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 법규상 개인정보 누출의 책임을 배달앱 업체에 묻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소비자단체들은 법과 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달을 위해 수집한 개인정보는 그 사용목적이 다했을 때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하여 파기해야 하지만 정보제공 동의를 하지 않은 그 외의 3자에게 유출이 되었을 경우 개인에게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보호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배달앱을 가입하면 소비자의 연락처와 주소가 너무 쉽게 점주들에게 노출이 된다. 가맹점주가 배달앱 이용자의 정보를 목적 외로 남용하거나 이를 악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지만 노출되는 개인정보를 막을만한 법적인 장치가 없다는 큰 문제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