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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어촌에서 문화 벽화마을로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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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어촌에서 문화 벽화마을로 화려한 변신
  • 취재기자 이경찬
  • 승인 2015.12.30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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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들 쉬어가던 가덕도 정거(碇巨)마을, "이젠 부산의 숨겨진 관광명소"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은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영도라고 알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가덕도가 그 주인공이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는 서부산 가장자리에서 고립된 외로운 섬이다. 그러나 가덕도의 자연환경은 통영이나 남해와 같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가덕도 둘레 길을 걸어보거나 섬에서 가장 큰 산인 연대봉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은 가덕도의 절경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가덕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점은 자연환경 뿐 만이 아니다. 바로 정거(碇巨)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정거마을은 가덕도의 작은 마을이다. 가덕도 북동쪽 섬인 눌차도 눌차동에 있는 정거마을은 최근 문화 벽화 마을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약 60여 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작은 마을에 어촌마을의 특징을 잘 살린 벽화가 빼곡히 그려져 있는 것이 이 마을의 특징이다.
▲ 가덕도 정거마을의 위치를 알리는 지도(출처: 네이버 지도)
정거마을은 자동차와 마을버스로 방문이 가능하다. 자동차로는 남해고속도로 서부산 가락IC에서 가락대로를 타고 내려와 녹산대교를 통해 들어가는 방법이 제일 빠르게 정거마을에 도달케 한다. 녹산대교에서 내려오면 바로 가덕도에 진입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눌차도로 진입하는 가덕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제일 안쪽에 정거마을이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부산 사하구 하단오거리에서 마을버스 17번을 타고 정거마을까지 갈 수 있다. 정거마을로 운행하는 마을버스 17번은 하루에 3회밖에 운행되지 않아 배차간격이 길다. 시간이 넉넉하더라도 17번 운행 시간을 사전에 챙기는 게 좋다. 정거마을이라는 이름의 유례는 바다와 연관이 있다. 정거마을은 지형 특성상 큰 바다로 나가기 전에 잠시 거쳐 가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이곳에서 고기잡이배들이 닻을 놓고 파도가 잠잠해 질 때까지 잠시 멈추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정거마을이다. 닻을 걸어 놓는 곳이라 하여 닻 정(碇)자에 걸어 놓는다는 뜻을 거리(巨理)로 표기해 정거리(碇巨理)가 됐다.
   
▲ 정거마을 입구를 나타내는 비석(사진: 취재기자 이경찬)
   
▲ 정거마을에 대한 소개를 담은 안내판(사진: 취재기자 이경찬)
정거마을은 원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조용한 시골이었다. 정거마을 개발위원장으로 있는 주경덕 씨는 “강서구청과 마을사람들이 의논해 특색 있는 관광지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정거마을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마을의 특산품을 홍보하기 위해 벽화마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르고, 현재의 정거마을은 문화 벽화 마을이 됐다. 정거마을에는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어촌마을답게 대부분의 벽화들이 바다와 연관이 있다. 조개껍데기를 벽에 붙여 만든 물고기와 부엉이, 굴 양식장 벽화 등 어촌마을의 배경을 잘 살린 벽화 뿐 아니라 어린왕자, 귀여운 캐릭터, 만화속의 풍경 등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는 벽화도 있다.
▲ 가덕도 정거마을의 아기자기한 벽화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끈다(사진: 취재기자 이경찬).
정거마을은 겨울의 주중 오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관광객들이 있었다. 아기와 함께 방문하거나, 부부끼리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온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관광객들은 벽화를 보며 정거마을의 매력에 빠져있었다. 아이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신헌기(45) 씨는 “정거마을에 처음 방문했는데, 다른 벽화마을과는 달리 바다와 관련된 벽화가 많아서 정말 색다르다고 느꼈고, 벽화 자체가 깔끔해서 좋았다. 벽화를 보니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어서 아이보다 내가 더 들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곳 저 곳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대학생 관광객 천동민(23) 씨는 “학교 시험과 과제에 지쳐있었다. 학기도 끝나 바람도 쐴 겸 이곳을 찾게 되었는데 정말 잘 왔다고 느끼고 있다. 조용하고 소박한 이곳에서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거마을 주변을 둘러보면 바다 위에 눈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양식장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어업과 굴 종패 등의 수산업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벽화에서도 이러한 점이 잘 나타나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양식한 어종에 관련해 직거래 장터를 여는데 이를 벽화로 표현한 것이다. 이 외에도 양식장의 풍경, 굴, 가리비, 조개 등의 벽화가 이를 잘 나타내준다.
▲ 어촌마을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벽화가 정거마을에 많다(사진: 취재기자 이경찬).
벽화마을이 된 후부터 정거마을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평소에는 마을을 방문하는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요즘에는 하루에 많게 200~300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마을주민 이모 씨는 “벽화 마을이 된 이후부터 마을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났다. 조용하고 심심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민들끼리도 소통이 늘어났다. 예전과 달리 활기가 넘치는 마을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정거마을은 환경부가 지정하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정이 된 생태체험캠프를 운영한다. 환경교육 프로그램 인증제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환경단체에서 진행하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의 친환경 우수성, 안전성 등을 평가해 환경부가 부여하는 국가 인증제도로, 정거마을이 부산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이 인증을 받았었다. 생태체험캠프는 20명 이상 단체 학생과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거마을 주민들이 들려주는 마을이야기, 가덕도 일대 트래킹, 친환경 생활재 만들기 등 여러 프로그램들을 통해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감천문화마을과 같이 넓고 전국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유명한 관광명소는 아니지만, 정거마을은 바쁜 일상 가운데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며 벽화마을의 청취를 느낄 수 있는 소박한 마을이다. 부산의 숨겨진 관광명소는 단연 정거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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