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남편 살해 혐의로 재판정에 오른 고유정(36)이 법원을 오갈 때 머리로 얼굴 전체를 가린, 일명 ‘커튼 머리’를 이용해 자신의 신상공개를 숨김으로써 시민들의 분노를 산 적이 있다. 뉴스를 보던 한 시민은 “저런 흉악범도 인간이라고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가. 너무 화가 난다. 저 여자의 몸속에는 악마가 들어 있는 게 틀림없다.”며 분노를 토로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얼굴을 알지 못하니까 너무 답답하다. 법이 왜 저런지 모르겠다. 여기 앉아서 화만 내고 있는 내 자신이 싫다.”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
경찰은 이번 고유정 사건을 계기로 미국처럼 피의자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머그샷(mugshot)’ 제도를 추진 중이다. 조만간 관계 법령을 정비해 조만간 피의자의 머그샷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머그샷은 경찰이 체포한 피의자의 신분과 범죄사실을 얼굴사진과 함께 공개하는 ‘경찰사진(Police Photograph)’이다. 현상수배 사진처럼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머그샷’은 미국에서 ‘Mug’란 단어가 ‘얼굴’의 속어로 쓰였던 데서 유래됐다.
직장인 이정은(25,부산 망미동)씨는 이런 경찰의 머그샷 제도화 움직임에 “적극 찬성한다. 인권은 말 그대로 인간의 권리이다. 인간 아닌 사람들한테 자꾸 인권 덮어씌우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왜 항상 범죄자들의 인권만 챙겨주고 피해자들 인권은 신경도 안 써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머그샷에 대한 법무부의 유권해석이 나오는 대로 제도 개선에 힘 쓸 계획이며 앞서 경찰청은 신상공개제도 소관 부처인 법무부에 현행 제도를 보완할 대안에 대한 질의서도 보낸 바 있다.
머그샷 제도는 범인 체포 뒤 구속하기 전 수용기록부를 작성하기 위해 촬영하지만 국내에서는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할 경우 현행법상 피의사실공표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한국의 머그샷 제도 검토가 알려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 A씨는“한국은 사회의 안전이라는 공익을 사적 이익보다 우선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작용은 최소화하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고 했다. 한편 전문가 B씨는“유죄추정에 입각해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한다면 재판 과정에서 방어권 행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더러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명예가 완전히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대의 입장에 대해 누리꾼들은 “그럼 처음부터 범죄자인지 아닌지 제대로 재판을 해서 구별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부터 공개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해서 ‘그 사람이 진짜 범인이다’ 하면 그때부터 찍어서 내보내면 된다.”, “저런 제도는 국민들에게 정말 필요 한 거다. 그래야 우리가 얼굴보고 조심하지.” 등 비난의 목소리가 많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특정강력범죄법(특강법)상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있다. 그렇지만 얼굴을 드러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선 안 되기 때문에 ‘피의자 얼굴을 사진 촬영해 공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석해도 되는지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맡긴 상태”라며 “아직까지는 가능 여부를 기다리는 단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