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들어가는 중소기업에 대해 법정 노동시간 위반의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 기간이 부여된다. 2020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는 중소기업은 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기업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대해 나는 찬성도 하지만 반대도 하는 애매한 입장이다. 우선 52시간 근로제에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담스러운 연장근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회사의 모습을 생각하면 부장부터 시작해서 위에서 직급 순으로 퇴근하고, 마지막에 남은 말단 사원은 다음 날 프로젝트 발표 준비를 위해 남아서 밤새도록 PPT를 수정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주위 직장인 친구들은 요즘에 퇴근 후 연장근무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냥 출근시간에 맞게 출근하고 시간 맞춰 퇴근한다. 이렇듯 사람들의 근무 시간이 줄면서 출근 및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근무시간이 줄면서 여가시간이 증가해서 더욱 ‘워라밸’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남는 시간에 자기계발에 더욱 투자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됐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지역에서는 골프 업종의 지출이 90% 이상 증가했고 유흥비 지출은 18%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 및 업무 부담 감소는 좋다. 하지만 사주의 입장에선 어떨까? 우선 일의 효율이 떨어질 것이다. 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직원들이 일처리를 빨리해야 연장근무를 안하기 때문에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요즘은 시간 맞춰서 퇴근하면 되기 때문에 그만큼 직원들의 일처리 효율이 떨어질 것이다.
주말이나 업무 외 시간에는 아예 일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곳도 있다. 내가 아는 어른 한 분은 현대상선에서 근무한다. 선박의 입출항 및 컨테이너 적재상황을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그 분은 수시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돼야 한다. 하지만 회사 컴퓨터는 업무 외 시간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잠금이 걸리고 만약 사용하려면 미리 신청해야한다. 하지만 신청하는 것 역시 일정 횟수가 넘어가면 불이익이 생긴다.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그 분은 스스로 일을 할 환경을 만들어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인력을 고용해야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인원을 고용하는 것은 기업주에게 큰 부담이다. 실제로 한 사람에게 연장근무수당을 주는 것보다 다른 사람 한 명을 고용하는 비용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 사람이 정해진 시간 내에 더욱 강도 높은 업무를 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시행될 모든 회사들 역시 주 52시간 근무제는 각 기업의 상황과 직종에 따라서 각각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그러면 일의 효율도 높이고 근로자들의 ‘워라밸’도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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