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수진(23, 울산시 남구 무거동) 씨는 평소처럼 페이스북을 하던 중 한 이벤트 글을 발견했다. 이벤트 내용은 이벤트를 올린 페이지 계정을 팔로우하고, 그 페이지에 올라온 글의 좋아요를 누른 뒤, 댓글에 나이를 적는 사람 모두에게 5만 원을 즉시 계좌이체로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설마 진짜 돈을 주겠나 싶었지만 입금내역 캡처본까지 올려놓은 것을 보고 이 씨는 댓글을 7번이나 달았다. 하지만 이 씨는 이러한 현금 이벤트는 모두 조작된 것이며, 인기 계정을 만들기 위한 행위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씨는 “알아보니 계정이나 페이지 팔로우 수를 늘려서 이를 비싼 가격에 팔려는 사기 행위였다. 나처럼 속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페이스북 계정이나 페이지를 인기 있게 만들어서 광고를 얻기 위해, 또는 이를 판매해 수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계정이나 페이지를 유명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현금 이벤트’다. 현금 이벤트는 계정이나 페이지를 팔로우하고, 게시글 좋아요 누른 뒤, 댓글을 달면 추첨에 따라, 또는 무조건 돈을 보내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현금 이벤트는 실제로 돈을 주지 않고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조작된 사기행위다.
대학생 김지혜(24, 전북 전주시 완산구) 씨는 호기심에 현금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페이스북 메시지로 당첨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씨는 “이름, 휴대폰 번호, 계좌번호를 보내달라고 해서 보냈는데 페이지 관리자가 읽기만 하고 잠수를 탔다. 나중에 보니 페이지가 바뀌어있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26, 울산시 북구) 씨는 현금 이벤트가 말도 안 되는 사기행위라는 것을 알고 조작된 이벤트에 다른 사람들이 속지 말라고 댓글에 증거자료를 올렸다. 하지만 서 씨의 댓글은 바로 삭제되었고, 관리자는 서 씨를 페이지에 접근할 수 없게 차단시켰다. 서 씨는 “이런 사기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답답하다. 돈 벌려고 별의 별 짓을 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유명해진 페이스북 페이지는 포털 사이트 카페 등에서 주로 거래된다. 포털 사이트에 ‘페이스북 계정 매매’ 또는 ‘페이스북 페이지 매매’를 검색하면 페이스북 마케팅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등에서 페이스북 계정과 페이지를 판매하는 글이 쉽게 보인다. 주로 팔로워 1명당 가격을 책정한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지, 글을 올렸을 때 평균 좋아요 수가 몇 개가 되는지에 따라 가격은 차이가 난다.
약 3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 전모(26, 전북 전주시 완산구) 씨는 야구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전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인 야구에 대한 정보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SNS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페이지 판매나 광고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모든 페이지들이 인식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화장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페이지 운영자 김나래(33, 서울시 관악구) 씨도 페이스북을 하다보면 현금이벤트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 김 씨는 “순진한 사람들을 이용해서 쉽게 돈 버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냥 한 번 해보자‘는 심리를 이용하는 사기행위에 사람들이 절대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