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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역사거리'에서 기모노 입고 활보, "여기가 일본땅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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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역사거리'에서 기모노 입고 활보, "여기가 일본땅이냐?"
  • 취재기자 박현주
  • 승인 2016.03.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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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거센 비판에 "기모노 대여는 민간 사업" 발뺌만...시설 관리도 엉망
▲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의 기모노·유카타 체험 논란을 보도한 기사와 누리꾼들의 반응 (출처: 인사이트 제공)
우리 근대사의 아픔을 재조명한다는 취지로 조성된 포항 구룡포읍 '근대문화역사거리' 에서 민간업자가  운영하는 한 문화체험관이 일본 전통의상 대여 사업을 오래동안 벌여왔는데도 주무기관인 포항시는 이를 전혀 제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과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데 따른 비판이 거세지자 체험관 측은 내부시설을 개조해 오는 4월1일부터는 옥외 대신 실내에서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게 하겠다고 나섰지만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포항시가 일제강점기 일본인 거주지역인 이곳의 일본식 가옥들을 복원해 '근대문화역사거리'를 조성한 것은 2010년이다. 개장 이후 민간인이 운영하는 한일 문화체험관 ‘후루사또야’가 이곳에 들어서서 일본문화체험이란 명목으로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와 유카타를 관광객들에게 대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관광객들은 1인당 한 시간에 1만원 씩 주고 기모노나 유카타를 빌려 입고는 거리를 활보해 왔다. 그러나 이는 민족 주체성을 망각한 몰지각한 행동이라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다른 곳도 아닌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기모노와 유카타를 빌려 입고 활보하게 하는 것은 민족의식을 망각한 상술이라는 질책이 쏟아졌다. 올해 초, 소셜 미디어인 ‘인사이트’가 이 문제를 지적하자 이 사이트의 페이스북엔 5,0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좋아요’를 누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작년 연말 위안부 협상 졸속 타결로 반일 감정이 격해진 누리꾼들이 "포항 근대문화역사거리가 일본땅이라도 되느냐"며 성토하고 나선 것.
   
▲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 기모노·유카타 체험을 한 사람들이 자신의 SNS에 게시한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캡쳐)
   
▲ 기모노·유카타 체험을 강조해서 홍보하고 있는 근대문화거리의‘후루사또야’의 입구 모습 (사진: 최수빈 씨 제공)
이 페이스북에 댓글을 단 양월운(32, 전남 여수시) 씨는 “(일본 의상을 입고 돌아다니는 형태의) 관광 문화 체험이 공식화되어 유명세를 타고 꾸준히 이어져간다면, 결국 조선을 미개한 국가에서 근대화시켜준 고마운 나라로 일본을 인식하는 꼴이 된다”며 “일본옷 체험 프로그램이란 제목은 물론 프로그램 개발 과정, 주제 모두가 큰 논란거리”라고 꼬집었다. 작년 가을, ‘근대문화역사거리’를 방문했던 김주리(22, 경북 포항시 북구 남빈동)씨는 “일본에 온 것 같은 분위기에 취해서 옷도 빌려입고 사진을 찍었다”고 친구들과 함께 했던 기모노 체험을 털어놨다. 관광객 최수빈(22, 울산시 남구 무거동) 씨도 “많은 사람들이 일본옷을 입고 돌아다니기에 당연히 거쳐야할 관광 코스 중 하나인 줄 알았다. 정말로 일본 어느 전통 거리에 놀러온 것 같은 풍경이었다”고 유카타를 입었던 작년 여름 방문 당시의 기억을 회상했다.  비난이 집중되자 ‘후루사또야’ 측은 최근 임시휴업에 들어갔지만 오는 4월1일부터 실내에서 기모노 체험행사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루사또야 관계자는 “내부 공사를 거쳐 4월 1일부터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아서 기모노를 입은 채 길 밖에 나가게 하는 대신 우리 가게 내부에서 사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내 체험으로 바뀐다고 해도 결국 눈가림식 영업에 불과하기 때문에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근대문화역사거리’내부에 위치한‘근대문화역사관’앞에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임시휴업을 알린‘후루사또야’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 '후루사또야'는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포항시가 나서 기모노 대여 사업을 직접 금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 행정당국이 지나치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룡포 공원 안에 자리 잡은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어촌의 풍경이 한 눈에 들여다보이는 곳으로 대한민국 경관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경치가 좋다. TV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촬영지로 각광받기도 했다.조성 당시에도 일제 잔재를 관광자원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포항시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훈의 장소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사업을 강행했다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조성 이후에도 역사적인 고증 없이 졸속으로 세워졌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뉴스공급사인 뉴시스는 2013년 9월 26일자 보도에서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차별화된 역사 문화 콘텐츠를 조성하겠다던 당초 목적과는 달리 떡볶이와 비빔국수 등을 파는 전형적인 한국식 분식가게가 늘어서 있다"고 전했다. 뉴시스는 또 "거리에는 기본적인 편의시설인 화장실도 없으며, 일제강점기를 미화한 신문 기사들까지 게시돼 있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근대문화역사거리 조성인지 의구심마저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 왼쪽은 근대문화역사거리의 1938년 신축되어 당시 제일 으뜸가는 여관으로 쓰였던 가옥의 모습이며, 오른쪽은 현재 면옥집으로 쓰여 제대로 복원되지 못한 가옥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 멀리서도 확연히 눈에 띄는 훼손된 가옥의 모습들(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그럼에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황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곳엔 여전히 면옥집, 중국집, 물회집, 분식집 등이 즐비하다. 아직도 화장실이 없어서  관광객들은 근대문화역사거리 맞은편에 위치한 ‘아라광장’에 딸린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관리가 부실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훼손된 가옥들이 방치돼 있고  거리 곳곳에 자동차가 지나다니며 관광객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관람객이 자유롭게 통행하는 장소에 차가 다닐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해 뒤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에 깜짝 놀랐다는 남지호(25, 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제발 차량 출입만이라도 통제해줬으면 좋겠다”며 “도대체 여기가 구룡포 근대문화거리인지 일본의 현대 거리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포항시 관계자는“거리 내부 가옥에 주민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편의를 고려해 함부로 출입 차량을 통제하기는 어렵다”며 “시에서도 구룡포 특화모델 관광 개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이 지역 의 관람 환경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근대문화역사거리의 좁은 골목을 비집고 오가는 차량, 오토바이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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