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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편지는 그래도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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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편지는 그래도 건재하다
  • 이재훈
  • 승인 2013.01.16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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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군인들만 적는다?>

“시간은 그렇게 바삐 흘러가고 계절은 다시오지만, 꽃이 핀 그대의 마음 속에는 내가 없지만 불어오는 봄바람에 편지를 써....”

자신이 평범한 청년이라고 말하는 봉성씨가 부른 ‘비 오는 아침' 가사의 일부분이다. 이 노래의 가사 중에는 ‘불어오는 봄바람에 편지를 쓴다'라는 가사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봉성 씨는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진솔하게 나타내고 전달하기 때문에 노래 가사에 많이 쓰인다고 했다.

우리나라 군인들은 흔히 하는 말로 입대 전에는 편지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군인이 되고서야 편지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강원도 화천에서 군복무 중인 강태호 병장은 전화로나 인터넷을 통해서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직접 글로 적혀 있는 편지를 보면 괜히 가슴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편지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다. 하지만, 실제로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은 이제 몇 명 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승의 날, 부모님의 날 등과 같은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면, 편지는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지는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발전하였다>

부산 경원고등학교 세계사를 담당하는 고순찬 씨는 편지의 역사는 인류의 문자역사와 시대를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문자가 발명되고 의사소통이 말이 아닌 글로써 가능하게 된 이후, 인간의 삶, 죽음, 행복, 감정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행위와 다양한 정서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편지가 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간이라 하여 일반적인 글과 달리 말 대신 글로 전달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것을 고목, 기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후기에 와서야 ‘편지'라는 말이 쓰여졌다고 고순찬 씨는 설명했다.

특히, 한글 편지는 내간이라 하여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후 궁중여인들이 한문이 아닌 한글을 속되게 이르던 말인 언문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으며, 점차 일반 서민의 부녀자들에게까지 확산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고 한다. 그리고 전화가 생기 전, 편지는 서로에 대한 안부와 소식을 묻거나 연락을 취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고순찬 씨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또는 자신을 가르친 은사에게,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하던 시절 그리운 부모에게 보냈던 수많은 편지들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을 정도로 편지의 위력은 대단했다고 설명했다.

<점점 쇠퇴하는 종이편지>

종이 편지의 매력은 종이에 자신이 직접 써 내려 가면서 말로는 하지 못한 사적인 감정들을 글로써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대학교에 재학중인 김성준 씨는 “감사의 뜻이나 고백을 할 때는 절대로 이메일이나 문자로 전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편지 속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종이에 직접 편지를 이용했던 세대라면 누구나 한번쯤 펜팔을 경험해 보았다. 부산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이한진 씨는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는 잡지 뒤편을 보면 ‘펜팔 같이해요'라는 코너가 있어서, 그것을 자주 애용하고 편지를 서로 주고받는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볼 수 없는 추억의 박물관이 되었다고 했다.

지금은 이메일이 보편화되어 순식간에 편지를 주고받지만, 우체국의 배달에만 의존할 때만 하더라도 며칠이나 지나서야 겨우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우체부 배달을 15년째 하고 있는 이창형 씨는 “예전에는 배달하면서 여행가방같이 큰 가방이 필요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한 손에 쥘 수 있을만큼 그 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사회 단체기관 사랑의 편지 보내기 실천 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핸드폰과 인터넷 등을 이용한 각종 메일 서비스들이 예전의 종이편지를 대신하면서 이제 종이편지는 점차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이메일과 화상메시지, 그리고 휴대폰 문자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디지털 편지 쓰기'가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편지도 세대교체 중>

이메일은 이미 남녀노소 모두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기존의 종이편지와 같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여 상대방에게 전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이메일은 회신을 며칠씩 걸려 기다리지 않아도 되며 거의 실시간이나 다름없이 답장을 받을 수 있다.

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 지역의 우체국을 관할하는 우정사업본부 직할기관인 부산체신청에 따르면, 인터넷과 전달매체의 발달로 인해서 우체국 이용자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우체국이용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대해 부산체신청 한 관계자는 "경제가 위축되면서 상업용 우편물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쉽고 빠르게 보낼 수 있는 이메일의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데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사이버 우체국에서는 우체국을 직접 찾아갈 필요 없이 인터넷상에서 우편 관련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 편지는 물론이고, 소포,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우체국 업체에서 자신이 작성한 편지와 함께 마음에 드는 봉투를 선택하면, 출력해서 우표를 붙여 직접 편지를 배달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먼 미래의 자신에게 쓰는 타임캡슐 편지, 군사우편 등 편지로 러브 펜팔 서비스까지 다양한 유형의 사이버 편지 쓰기가 등장하였다고 부산체신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리고 휴대폰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게 되면서,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 메시지가 편지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종이편지에 자신의 감정을 머뭇거리며 써내려 갔던 과거와는 달리,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짧은 문자로 상대방과 주고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우체국 관계자는 말했다.

사이버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김윤완 씨는 “편지지에 묻어나는 서정적인 감동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 코드로 전환된 새로운 편지 쓰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편지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이 편지는 계속 되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종이 편지와 이메일 및 문자메세지의 큰 차이점은 없다. 하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2%가 부족하다.

편지의 매력에 대한 인터뷰에서 시인 이해인 수녀는 종이 편지는 꺼내 보면서 읽는 순간마다 다른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지는 손으로 써서 남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에 비해서 오래 걸린다. 하지만, 오래 걸리는 만큼 생각을 많이 하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진솔한 감정이 많이 표현된다고 이해인 수녀는 설명했다.

이해인 수녀는 아무리 시대가 신속성과 정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종이 편지가 등한시되더라도, 종이 편지는 사람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을 담아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솔직히, 종이 편지를 쓰라고 해도 안 쓰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편지를 쓰는 기념일을 많이 만드는 것도 종이 편지매력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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