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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7장으로 인생의 궁금증 푼다...남포동 타로거리 성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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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7장으로 인생의 궁금증 푼다...남포동 타로거리 성업 중
  • 취재기자 오윤정
  • 승인 2016.05.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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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신명물 거리로 자리 잡아...연애부터 건강·취업 상담까지 다양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으로 다시 한 번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부산 중구의 원도심. 관광객들의 발길로 항상 거리가 북적거린다. 방송에서 여러 번 소개된 먹자골목이 유명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성대한 트리축제가 열려 커플들의 데이트 명소이기도 하다. 남포동 먹자골목을 지나 바로 다음 거리로 들어서면, 건물 사이 가운데 보도가 있고, 그 보도 한가운데 천막들이 줄지어 자리를 길게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띄는 이곳은 바로 그림 카드로 사람들의 미래와 지금의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본다는 타로점을 볼 수 있는 일명 ‘타로 거리’다.
▲ 부산 남포동 번화가에 타로점을 봐주는 천막들이 줄지어 들어서 성업 중이다(사진: 취재기자 오윤정).
타로점이란 총 78장의 그림카드를 이용해서 의뢰자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일이나 심리를 알아보는 점성술 중 하나다. 타로점을 보기 위해 방문한 의뢰자는 타로점술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한 뒤, 점술가가 테이블에 펼친 그림카드 중에서 7장의 카드를 선택하게 된다. 각 카드는 순서에 따라 과거, 현재, 미래와 의뢰자의 심리 상태 등을 의미하므로 뽑힌 카드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타로점술가는 의뢰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약 5분에서 10분 동안 각 카드의 의미를 해석해 준다. 타로점은 짧은 시간을 이용해 점을 칠 수 있고, 점값이 대부분 5,000원 내외로 저렴해서 사람들이 부담 없이 타로 거리를 찾고 있다.
▲ 타로점에 사용되는 타로 카드(사진: pixabay).
<정통 타로카드 배우기>라는 책에 따르면, 타로는 이집트 기원설, 중국 기원설, 인도 기원설 등 여러 가지 기원설이 있지만, 어떤 것이 맞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 가장 유명한 이집트 기원설은 고대 피라미드의 벽화나 파피루스에 그려진 그림이 타로의 의미, 상징과 유사하다는 데서 나온 것. 이 주장은 타로의 도안이 고대 이집트의 종교와 철학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타로는 14세기부터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기록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프랑스에서 타로(Tarot)라 불린 것이 현재 이름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남포동에 타로 거리가 형성된 것은 약 10년 전부터다. 그 전엔 남포동에는 타로점 거리가 따로 형성돼 있지는 않았다. 10년 전, 한 타로점술가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후로 이 거리가 점차 타로거리로 변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곳에서 ‘왕 꽃 선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남포동 타로 거리의 유명인사다. 그는 남포동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큰 번화가고, 사람들이 타로점에 많은 관심을 가져서인지 남포동 타로 점집 수가 금방 늘어났다고 회상했다. 왕 꽃 선녀는 최근 타로점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복잡한 형식으로 정해진 운명을 풀이해주는 동양의 점술보다 자신의 고민을 주제로 가볍게 상담하는 형태의 타로점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남포동 타로점 거리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이루고 있다.(취재기자: 오윤정).
  남포동의 타로 거리에는 자신의 운세를 보기 위해 혼자 방문한 사람들도 있고, 궁합을 보기 위해 함께 이 거리를 찾은 연인도 있다. 타로점 천막 앞에 마련된 간이 의자에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대기 의자가 부족해 그 뒤로 줄줄이 서서 차레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통행인이 많은 주말에 유명한 타로 점집에서 점을 보려면 두 시간까지 대기시간이 늘어지기도 한다. 직장인 조진규(23, 부산시 수영구) 씨는 연애 고민이 생겨 타로점을 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그는 동생과 함께 심심풀이로 타로점을 한 번 본 후 남포동 근처에 오게 되면 반드시 이 거리를 들른다. 조 씨는 “타로점이 생각보다 잘 맞는 것 같다. 결과가 재밌기도 하고, 점을 봐주는 분과 이야기하다 보면, 용기를 얻거나 해결책을 얻어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예진(22, 부산시 수영구) 씨도 연애 문제로 타로점을 매주 본 경험이 있다. 최 씨는 매주 연애운을 보러 이곳 타로점 거리를 찾았는데 매번 다른 점술가에게 봤고, 본인이 뽑은 카드도 매번 전혀 달랐는데도, 해석이 똑같이 나와서 신기했다고. 최 씨는 “원래 카드점을 심심풀이로 생각해서 그 결과를 흘려듣고 넘기는 편이었는데, 그때 이후로 신뢰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남포동의 타로 거리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점을 보러 찾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진지한 해답을 구하러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남포동에서 타로 점집을 운영하는 점술가 김도희 씨는 10대부터 80대까지 특정 연령대를 꼭 집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타로점을 보러 온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신년 운세부터 연애, 건강, 취업 등 사람이 사는 데 부닥치는 모든 주제를 가지고 각자 자신의 인생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연애에 관한 상담을 가장 많이 한다”며 “그 다음으로는 진로나 대인 관계에 관한 상담도 자주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역 ‘원조’ 타로점술가인 왕 꽃 선녀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던지는 가장 일반적인 질문은 연애에 관한 이야기지만, 성형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타로점을 보기 위해 남포동에 방문한 대학생 정채은(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을 자주 찾는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점을 봤던 정 씨는 이제는 타로점을 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남포동 방문하게 됐다. 그는 “카드를 보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의지가 된다”며 “점술사의 조언이 내 진로에 관한 고민에 대한 답변일 때도 있고, 내 마음을 알고 조언해 주는 것 같기도 해서 믿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과 젊은이 뿐만 아니라 중년들도 이곳에 많이 들른다. 직장인 김정미(47, 부산시 금정구) 씨는 일을 쉬는 날에는 종종 타로점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김 씨는 “타로점 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저렴해서 자주 방문하게 된다”며 “재물 운이나 건강 운을 주로 보는데, 점괘가 나에게 잘 맞는 경우에는 보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타로 거리를 찾아온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점술가들도 고충이 있다. 점술가 김도희 씨는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의 상황에 맞춰 카드를 해석해 주는 것이 타로점인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는 손님을 만날 때가 제일 답답하다. 김 씨는 최근에 한 여성이 찾아와 자신이 메신저도 차단하고 연락처도 지워버린 남자와 사귀는데 잘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해서 매우 황당했다고. 김 씨는 “타로점은 미래를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뽑은 카드를 해석해서 현재 상황에서 더 나은 방향이 어딘지 알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타로점술가 왕 꽃 선녀는 개인적으로 건강 운을 점치러 오는 손님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는 “나도 스스로 내 건강 운을 점쳐볼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던 적이 있어서 다른 사람의 건강을 점으로 예측해보는 것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거리 점술가들은 수많은 사람이 털어 놓는 고민을 놓고 나름 최선의 해답을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왕 꽃 선녀는 연애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자신감이 약한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타로가 나 자신의 길잡이가 되어줬듯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고충도 듣고 충고도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거리였고, 인근의 부평야시장과 국제시장의 유명세로 여전히 많은 사람이 들끓는 부산의 뜨거운 거리 남포동에는 타로점을 봐주는 천막들의 불빛이 꺼질 줄 모르고 밤거리를 비춘다. 지구 위 사람수를 사람수로 자승한 만큼 사람들의 인생 고민은 많다고 한다. 사람이 있고, 그들의 삶이 있고, 그래서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한, 타로점 거리를 찾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의 애환을 들어주는 타로점술가들은 이 거리를 채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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