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보러 나온 중장년층들 응원 티셔츠와 도구로 ‘중무장’
할머니로부터 티켓예매 특명 받은 손녀 친구들도 보여
어르신들의 설렘과 행복한 표정에 젊은이들도 공감
지난 8월 3주차 서울 공연부터 무기한 연기됐던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전국투어 콘서트’가 10월 30일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다시 진행되고 있다.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전국투어 콘서트’도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트로트가 전국을 휩쓸었을 때, 우리 집의 반응은 별로 뜨겁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미스터트롯 콘서트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미스터트롯 전국 투어가 열리던 때 나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미스터트롯 부산 공연이 열리던 때, 나는 버스를 타고 벡스코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벡스코 앞 임시 천막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이를 보고 나는 벼룩시장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이를 구경하고자 하는 마음에 나는 벡스코에서 하차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와 함께 내린 사람들이 엄청 신이 난 상태로 나를 앞서 뛰어갔다. 이를 의아해하던 그때 나를 앞서가는 사람들의 옷에 선명하게 ‘영웅시대’라는 문구가 보였다. 그제야 나는 그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미스터트롯 콘서트 입장 준비를 위해 모여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천막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응원복장을 입고 줄을 서 있었다. 10대부터 대략 60~80세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가 정말 한 마음으로 즐기기 위해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저 이곳을 스쳐 지나가던 사람인 나도 덩달아 그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다음 날, 만난 친구가 미스터트롯 티켓팅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친구 할머니께서 손주들에게 미스터트롯 부산 콘서트 부산 티켓 구하기 특명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할머니의 행복한 ‘일탈’을 위하여 내 친구는 가족 모두와 함께 할머니를 위해 힘을 모았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제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팬덤 문화를 생각지도 못한 노년층이 트롯 가수들의 팬덤이 되어 즐기는 것이 마냥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문득, 나 스스로는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문화가 다른 세대에게는 일탈로 분류해서 생각하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만약 내가 그날 벡스코를 지나지 않았더라면, 친구의 얘기에 그저 신기하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팬덤 문화가 남녀노소 상관없이 향유하는 문화라는 것에 대한 자각이 지금도 거의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벡스코에 있던 사람들의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았던 설렘과 행복을 내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나는 모처럼 어르신들의 행복한 일탈에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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