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어리광 부리는 게 어색해졌다. 이제 부모님께는 철든 척, 동생들에게는 멋진 형인 척을 하고 싶다. 그래서인지 나의 고충을 토로할 입은 점점 작아져만 간다. 터놓을 곳은 없으나 겹겹이 쌓여가는 불안과 고민 때문일까. 최근 무기력감이 찾아오는 횟수가 잦아졌다. 해결책을 찾던 중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알게 됐다.
‘번아웃(burnout)’은 '(사물이) 다 타고 꺼지다', '(가열되어) 고장이 나다' 등을 의미한다. 이를 사람에게 접목하면, ‘극도의 피로’로 해석할 수 있다. 해당 단어에서 파생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한 분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심신의 피로나 회의감 등을 느낀 뒤 타고 남은 재처럼 힘없이 무기력한 상태가 되는 것을 뜻한다.
번아웃 증후군의 증상에는 △무기력하고 쇠약해진 기분 △짜증이나 화내는 횟수 증가 △두통, 감기 등 만성질환에 시달림 △심각한 우울감을 자주 느낌 등이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야근, 프로젝트 등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서 쉽게 나타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38.6%)이 번아웃 증후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다. 번아웃 증후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직장인(36.3%)보다 조금 더 많았다.
번아웃 증후군은 직장인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특정 직업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전업주부, 간호사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 직장이 아닌 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에게도 번아웃 증후군은 발생할 수 있다.
나는 번아웃 증후군이 노력에 대한 ‘보상’의 부족, 혹은 부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아르바이트와 함께 공모전 준비를 병행한 적이 있다. 공모전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는 없으나,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없는 시간을 쥐어짜 조원들과 회의했고, 힘을 모아 작업물을 완성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우리의 노력과 앞으로의 계획이 전부 공중분해된 것이다. 조원들에게는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회의감이 들었다.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지? 이럴 줄 알았으면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나았어.' 처음 도전해본 공모전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한 것을 욕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첫 공모전에서 아무것도 못 한 내가 과연 다른 건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감에 휩싸였다. 한 번씩 느껴지던 우울감은, 그날 이후 나를 찾는 횟수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번아웃 증후군의 극복법으로 몸을 움직일 것을 권장한다. 활동적인 취미나 여행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면 번아웃 증상은 완화될 것이다. 타인과의 비교는 지양하고, 온전히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해결법이 될 수 있다.
현 시대는 부정할 수 없는 경쟁 위주 사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사람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현대인의 삶에, 번아웃 증후군의 등장은 어쩌면 당연하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나는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적당한 수준의 타인과 비교를 통해 배울 점은 배우고 고칠 점은 고쳐 나가며 자기개발의 발판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발전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간혹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번아웃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타인과의 비교는 잠시 내려놓고, 어제의 나와 비교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듯, 매일 작은 변화를 쌓아나간다면 언젠가 눈에 띄게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과의 비교는 그때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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