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 풀소유 방송 타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읽었던 청년들 실망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고 '사회가 종교를 걱정한다'는 우려도 등장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인 혜민 스님이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산 타워가 보이는 서울 도심의 자택을 공개해서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에는 대중에게 알려진 스님의 무소유 모습과는 다르게 고가의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스타트업 기업에 출근하는 등의 모습이 보였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무소유가 아닌 풀(full)소유를 실천하고 있다”, “입으로만 불교적 실천의 삶을 가르치는 위선자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스님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혜민 스님은 트위터에 “승려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에 정진하겠다”는 게시글을 올리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나 또한 학교 수업시간이나 유튜브를 통해 혜민 스님의 강의를 접했던 적이 있다. 그의 소탈한 모습과 스님이라는 위치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말을 감명 깊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인한 실망감과 배신감이 적지 않다. 결혼, 취업, 내 집 마련 등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물질적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행복’을 전하며 청년 멘토로 떠올랐던 혜민 스님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 여파가 크게 느껴진다.
불교는 ‘공수래공수거(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를 강조하는 종교다. 불교를 믿는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의 틀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말씀에 안정을 얻고 세속적인 가치에 대한 미련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그런데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방송활동에 힘쓰고 있다는 혜민 스님의 모습은 정작 어떠한가?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던 말과는 대비되게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국내 불교의 참선 수행방식인 안거를 수행했다는 기록조차 12년 동안 전무하다고 한다. 이렇듯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 말을 전하러 강의를 다니고 유료 명상앱을 개발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부처님의 말씀이 상품을 팔기 위한 예쁜 포장지로 전락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고 '사회가 종교를 걱정한다'는 우려도 등장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