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시 근교에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주말농장이 도시민들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부 농장주들이 관리에 소홀해 '도시민 주말 농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주말농장이란 도시 근교의 농지를 도시민들에게 임대하고, 도시민들이 주말이나 휴일에 농지에 방문해 소규모로 채소를 길러보며 전원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농업협동조합이 농어촌 소득증대 및 지역육성 계획에 따라 전국 110여 개의 농장을 도시민들에게 연결해 주고 있으며, 이 외에 개인이 운영하는 농장도 많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나 유치원의 실습장으로 주말농장의 인기가 좋다. 그런데 일부 농장 주인들의 관리 부실로 이용자들의 불만을 터뜨리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가족들과 부산 근교의 땅을 빌려 주말농장을 가꾸고 있는 주부 서명숙(34) 씨는 최근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농장에 들렀다. 지난주 심은 오이와 수박 모종이 얼마만큼 자랐을까 들떠있던 아이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농장에 들르지 못한 일주일 동안 물을 주지 못해 모종이 다 타죽어 버렸기 때문이다. 서 씨는 “휴일에나 가끔 들러 농작물을 가꾸는 걸 뻔히 알면서 스프링쿨러 하나 설치하지 않았다는 게 황당하다”며 “주인이 농장만 분양해 놓고 관리를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일부 개인 농장주들은 임대만 해 놓고 관리를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살수장치 미설치 뿐만 아니라 매일 작물을 돌보지 못하는 주말농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손이 많이 가는 씨앗과 모종을 나눠주는가 하면, 작물을 돌보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이래서는 농사를 한 번도 지어본 적이 없는 도시민들이 작물을 제대로 키워낼 리가 만무하다고 분양자들은 지적했다.
아이들과 주말농장을 이용해 채소를 기르고 있는 직장인 최용성(40) 씨는 빌린 땅에 감자만 왕창 심었다. 그는 작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서 감자가 큰 관리 없이도 잘 자라는 작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주말이나) 가끔 들러 봐줄 수밖에 없는데, 다른 채소들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심지 않았다. 잘 모르고 심었다가 농사를 망친 주변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 농장 주인이 이런 조언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서 씨 또한 “감자 외에 상추, 깻잎, 쑥갓도 조금 심어서 매주 와서 돌보고 있다. 집이 가까워서 다행이지 멀었으면 어쩔 뻔 했나. 농장에서 미리 말해줬으면 쉬운 작물을 선택해 심었을 것이다. 정보 제공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옆에 밭에는 잡초가 뒤덮고 있는데도 농장 주인이 신경도 안 쓴다. 분양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관리를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잘 운영되고 있는 농장에서는 주인들이 임대한 밭에 비료와 물을 주기도하고, 자라난 잡초를 뽑아주기도 한다. 주말농장을 가꾸고 있는 주부 김애리(39) 씨는 농장주인의 친절한 경작법 조언에 따라 농사를 지어 아이들과 여러 번 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초보자가 쉽게 키울 수 있는 채소를 추천해 줘서 심고 가끔 들러 관리했는데, 없는 동안 주인분이 물도 주고 잘 돌봐줘서 아이들과 즐겁게 수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