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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전면 시행 들어간 중학교 자유학기제,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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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전면 시행 들어간 중학교 자유학기제, '기대반 우려반'
  • 취재기자 박준우
  • 승인 2016.09.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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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수업 흥미롭다"는 반응 불구, 프로그램 질적 수준 향상이 향후 과제 / 박준우 기자

2016년 2학기 개학과 함께 부산의 172개 중학교를 포함해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진로탐색과 체험학습 위주의 자유학기제가 시작됐다.

자유학기제는 2013년 42개 연구학교 운영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돼 전체 중학교의 98%인 3157교가 준비 기간을 거쳐 올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것.

▲ 자유학기제 시행 첫 날 수업을 받고 있는 부산 감만 중학교 학생들의 모습 (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학년 1학기에서 2학년 1학기까지의 기간 중 한 학기를 선택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토론이나 실습 등 학생참여형 수업과 다양한 진로체험 활동 등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오전에는 공통과정인 영어, 국어, 수학, 과학 등의 기본 교과 과목을 배우고, 오후에는 자율과정으로 동아리, 예술, 체육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자유학기제 시행 첫 날, 감만중학교 사진반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카메라의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자유학기제 수업 첫날인 지난 1일 본지의 현장 취재를 통해 지켜본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드론 수업을 청강한 감만중 이연우(14) 학생은 “평소 수업과 다르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수업이 새롭다”며 “흥미 있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사진 수업을 청강한 감만중 김성은(14) 학생은 “사진에 대해서 잘 모른 상태에서 이 수업을 신청했지만 수업을 들으니까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사진에 대한 흥미도 더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자유학기제 시행 첫 날 드론 수업을 받고 있는 감만중학교 학생들의 모습 (사진: 취재기자 박준우).

하지만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첫 해인만큼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자유학기제에 필요한 체험처를 5만 곳 이상, 프로그램은 10만 개 이상 확보했다고 하지만 현장과 행정의 목소리는 다르다. 자유학기제 시범학교였던 H 중학교의 A 교사는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구색이 갖춰졌을지 몰라도 질적인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수업이 동아리 형태의 활동이 되거나 단순한 견학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전문적인 강사와 프로그램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은 예산 탓에 심도 있는 체험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J 중학교의 B 교사는 “지원금 예산에 맞춰 프로그램을 짠 뒤 적절한 체험처를 구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며 “아이들을 위해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업체를 이용하고 싶지만 예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비용이 적게 들거나 무료 강좌를 우선으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제한 인원이 있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미처 듣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D 중학교 박모(14) 군은 “원래 공예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학급 당 인원 제한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수업을 듣고 있지만 지루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걱정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영 차관이 올 2월부터 전국을 돌며 20차례 이상 토크 콘서트를 열기도 했지만 시험이 없는 학기를 보낸다는 말에 학부모들은 여전히 걱정이 크다. 중학교 아들을 둔 주부 김지영(46, 부산시 금정구) 씨는 “아이들은 자유학기제를 노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유학기제를 보낸 다음 다시 입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에 자유학기제를 경험했던 중 2년생 이모(15) 양은 “다양한 관심사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공부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며 “2학년에 올라 와서 공부를 잘하는 친구와 못하는 친구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 학기부터 자유학기제를 담당한 J중학교 C 교사는 “평소 업무에 자유학기제 업무가 더해지니 일이 3배 정도는 늘어난 것 같다”며 “전임자가 전근을 가게 되면 인수인계를 받더라도 이어받은 사람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이라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자유학기제 이후 자녀들의 입시교육 적응 문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을 고려해 자유학기제가 입시와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자유학기제가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하나 하나 해결해 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도 “시 교육청에서도 문제점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자유학기제 홍보 역시 자체 교육청 행사 등을 통해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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