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지명수배하면서 정 씨의 행방에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2일 정 씨에 대해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등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면서 정 씨를 기소를 중지함과 동시에 지명수배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정 씨의 구체적인 소재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 현지 소식통들도 정 씨의 소재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독일 검찰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독일 검찰 측은 “한국의 수사 협조 요청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면서도 “아직 정 씨의 소재가 파악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 씨가 최근 스위스로 망명을 타진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정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이 프랑스, 스위스 등 다른 나라로 건너가기 쉬운 지역이어서 정 씨의 ‘망명설’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망명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정 씨가 먼저 전화를 해올 때만 연락이 되는데 최근 들어서는 연락받은 적도 없다. 정 씨가 망명을 원한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대체 어느 나라로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정 씨의 망명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 망명의 경우 정치적, 종교적인 이유로 자국 내에서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인정되는데, 정 씨의 경우에는 해당 사유로 수사 대상에 오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 씨는 독일에서도 자금 세탁 등의 혐의를 받는 ‘범죄자’ 신분이어서 유럽 국가로 망명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독일 검찰은 한국의 협조 요청이 도착하는 즉시 독일 전역에 정 씨를 공개 수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살배기 아들을 돌봐야 하는 정 씨가 곧 자진 귀국을 택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외교부가 정 씨의 여권 무효화 조치에 착수한 상황에서 한 살배기 아기와 강제 송환당하는 것보다는 자진 귀국의 길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얼마 전 정씨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심가에서 목격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경향신문>은 지난 22일 해당 지역에서 정 씨가 그의 도피 생활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윤영식(데이비드 윤) 씨와 함께 BMW5 시리즈 차량을 타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현지 교민의 주장을 인용 보도했다. 정 씨 일행이 목격된 날짜가 이곳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크리스마스 할인을 시작하는 시기여서 정 씨가 쇼핑하러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하경식(28,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쇼핑이든 망명이든 정 씨가 현지에서 활보하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한국 검찰 역량 밖이라면 독일 검찰에 수사권을 넘겨서 최대한 신속하게 정유라를 체포해야 한다. 최순실 일가가 처벌받는 모습을 하루 빨리 뉴스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병우 전 수석이 행방불명 됐을 때처럼 현상금을 걸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직장인 정진희(37, 경상남도 거제시) 씨는 “현상금 5,000만 원이면 교민한테 금방 잡힐 것이다. 독일에서 쇼핑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국민 혈세로 호의호식하는 꼴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빨리 잡아서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사정 당국은 정 씨와 최 씨가 독일에서 8,000여억 원을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 최대 10조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은닉한 정황을 포착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