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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자택 앞, 고성 시위 없지만 팽팽한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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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자택 앞, 고성 시위 없지만 팽팽한 긴장감
  • 취재기자 한유선
  • 승인 2017.03.19 17: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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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소환 D-2, 서울 삼성동 현장 르포...벽면에 지지 현수막·포스트잇 빼곡, 친박 소설가 즉석 기자화견도 / 한유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이틀 앞둔 19일,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의 자택 부근에는 격렬한 집회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일요일임에도 탄핵 찬반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기자가 현장 취재를 위해 택시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19일 오후,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엔 방송사 보도 차량과 경찰 차량이 길가에 즐비하게 주차돼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쪽으로 가는 골목, 박근혜 지지자들과 경찰이 모여있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택시가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골목길로 들어가자마자, 경찰이 골목 모퉁이마다 삼삼오오 늘어서 경비에 나선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택 주변은 형형색색 꽃과 태극기로 장식돼 있었다. 경찰은 기자의 출입을 막지는 않았지만 친박단체 회원들의 시선이 기자에게 쏟아져 쉬이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앞은 점심시간이어서인지 방송 뉴스에서 본 것처럼 친박단체 회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고성으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삼엄한 경비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이 골목길을 감싸고 있었다.

골목 담벽엔 "박근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대통령님 명예회복되실 것입니다"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지자들이 서 있는 공간은 인도였는데도, 행인들은 그 길로 지나다니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보다 경찰과 취재진의 수가 더 많아 보였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인도의 건너편 길로 폴리스 라인을 따라 올라가 보니, 지지자들보다 경찰들과 취재진이 더 많이 모여 있었다. 촬영기자와 취재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사저 맞은 편의 돈가스 가게로 들어가 봤다. 취재하다가 식사하러 들어온 기자들로 가득 차있었다. 가게 주인은 박 전 대통령이 자택으로 돌아온 뒤 오히려 장사가 잘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호와 집회를 통제하는 경찰관과 집회 참가자, 취재기자들이 가게를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란 것. 가게 주인은 다른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구경하러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가게 안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을 살펴 보니, 바로 옆에 붙은 삼릉초등학교 후문이 눈에 띄었다. 일요일이라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등교가 방해를 받는다는 보도대로 사저와 초등학교가 인접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바로 옆에 삼릉초등학교 후문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식당 바로 옆 테이블에 앉은 한 어린이가 부모에게 "여기가 청와대인거에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의 아빠는 "여기는 청와대가 아니라 청와대에서 나온 대통령이 살고 있는 집"이라고 답했다. 아이는 진을 친 보도진의 카메라가 신기한 듯 연신 질문을 던졌고, 아이의 부모는 상황을 설명하느라 바빴다.

돈가스 가게를 나와 주위를 돌아보기로 했다. 사저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어디선가 갑자기 고성이 튀어 나오자, 경찰관 몇 명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누군가가 경찰에게 끌려갔다. 그는 “박근혜는 이제 일반인인데 왜 이리 많은 경호가 필요하냐, 범법 행위를 저지른 박근혜는 보호하면서 선량한 시민인 나를 끌어내는 이유가 뭐냐”고 큰 소리로 항의했다. 사저와 조금 멀어진 길가에서 경찰이 풀어주자, 그는 “나는 정당하게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자꾸 가로막지 말라"며 경찰들과 언쟁을 벌였다. 주변에 있던 다른 경찰이 “저 사람은 일주일 동안 몇 번을 이러고 있는거냐”며 인상을 찌푸렸다.

친박단체가 집회하고 있는 인도는 물론 맞은 편에도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노년층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자에게 날카로운 경계의 눈빛을 쏘아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목에 걸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메모하고 있는 기자에게 다가와 메모장을 넘겨보는 사람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외벽에는 사진, 포스트잇, 장미꽃, 태극기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영원히 사랑하고 존경하는 나의 님이신 대통령 각하! 졸지간에 일어난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너무 아파하시지 마세요" "우리가 함께할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 사기탄핵, 원천 무효" 등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고 탄핵 결과에 불복하는 메시지들이 적혀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벽에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 사진과 포스트잇 등이 가득 붙어있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포스트잇에 적힌 글귀를 읽고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갑자기 큰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자신을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장사하는 바쁜 와중에도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가서 여기까지 찾아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들이 그의 말을 받아 적었다.

점심시간대가 지나고 오후 3시쯤 되자,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수가 늘어났다. 집회신고가 된 사저 뿐만이 아니라 맞은 편에도 사람들이 점점 모이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이 모인 곳에서는 “좌빨들이 가득하다” “빨갱이 판이다” “xxx 것들 다 총으로 쏴 버려야한다” 등 거친 말들이 오갔다. "신한국의 아버지 박정희"라고 적혀있는 깃발을 든 지지자도 눈에 띄었다. 

갑자기 카메라 기자들과 녹음기를 든 기자들이 누구에겐가로 몰려갔다. 자신을 소설가 겸 시인이라고 소개한 한 중년 남자였다. 자신의 이름을 정한성이라고 밝힌 그는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모든 국민은 3심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단심으로 탄핵이 인용되었으므로 무효라는 게 그의 주장. "감정적으로 탄핵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근거를 들어서 반대하기 위해 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장 씨의 말에 주변의 지지자들이 “옳습니다”를 외치며 동조했다.

자신을 소설가 겸 시인이라고 밝힌 정한성 씨가 성명서를 읽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정 씨의 돌발성 회견이 끝난 후,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은 잠시 부산스러웠다가 다시 조용해졌다. 지나가는 주민들의 표정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한 표정 반, 낯선 분위기가 신기하다는 표정이 반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소환을 이틀 앞둔 삼성동 골목엔 여전히 삼엄한 공기가 짓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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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구 2017-03-20 15:35:40
당분간은 부산한 분위기가 이어질테지만
조금 지나면 이것마저도
자연스러워질것같습니다.
이래저래 힘든 세상살이네요..
조용해지는 대한민국이 되야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