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피아노, 드럼 등 악기 배우기 열풍..."공허한 시간에 마음의 동반자 구실 톡톡" / 손광익 기자
중국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김동현(25) 씨는 학교를 마친 후 자취방으로 돌아오면 기타부터 손에 잡는다. 기타는 그가 힘든 군 생활을 보낼 때 선임의 추천으로 배우게 된 악기였다. 그때부터 기타는 그에게 힘들고 지칠 때 활력소가 되어주는 친구였다. 그는 “나에게 기타는 중국 유학 초기 적응이 힘들 때 마음을 안식을 찾게 해준 친구”라며 “기타를 치고 있을 때가 나의 하루 중 가장 평온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흔히 강아지, 고양이 등 우리의 일생을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이 넘을 정도로 그 인기가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반려동물과는 또 다르게 악기를 일생의 친구로 삼는 ‘반려 악기’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반려 악기는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드럼 등 다양하다. 악기의 종류가 많은 만큼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폭이 넓다. 반려 악기는 힘든 하루를 보낸 현대인에게 휴식, 새로운 취미, 스트레스 해소. 자기 계발 등에 연결되면서 삶의 활력을 돋구어준다.
대학생 김황진(24, 부산 사하구) 씨는 최근에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배우고 싶은 악기였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미루고 있던 참에 선배로부터 안 쓰는 기타를 얻게 됐다. 김 씨는 “기타 덕분에 의미 없이 보내던 공강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취미가 생겼다”며 “매일 같이 공허하게 시간을 보내던 나에게 기타라는 한 가지 목표가 잡혔다”고 덧붙였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박기철 교수는 한평생을 기타와 함께 해왔다. 기타는 박교수의 품에 늘 안겨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함께하는 동반자 같은 존재다. 박 교수가 기타를 잡고 노래를 할 때면, 마치 풀밭에서 강아지와 함께 뛰어노는 주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박 교수는 “이미 오랜 세월 삶의 반려자로서 기타와 함께 해왔기에 이제는 나의 손가락 끝에 군살이 배겨있지 않으면 불안하다”며 “이렇게 반려 악기는 나의 삶을 즐겁게 해주는 일환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삶의 새로운 즐거움과 활력소로 함께 하는 반려 악기는 마음의 치유도 해준다. 대학생 강모 씨는 군대를 다녀온 후 대학에 복학했다. 그는 타지에서 재개된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강 씨에게 애정 결핍이 찾아왔다. 인간 관계에 두려움과 불편함을 느낀 강 씨에게 유일하게 희망이 되어준 건 집 한구석에 있던 피아노였다. 강 씨는 “애정 결핍으로 병원에 다녀온 후 집에서 남는 시간에 피아노를 쳤다”며 “따스한 클래식을 내 손으로 연주하고 있을 때면, 항상 우주에 있는 것 같이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설명했다.
반려 악기는 생물이 아니기에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 자기 손으로 길들인 만큼 자신에 맞는 소리를 내어준다.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주며, 배신하지 않는 점이 반려 악기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른다. 기타리스트 전동휘(29, 경기도 수원) 씨는 “항상 나의 옆에서 외롭지 않게 해주는 친구가 반려 악기”라며 “반려악기는 나를 나타내주는 또 하나의 나, 즉 분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