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문화생활이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흐르고 있다. 최근 대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공연과 전시 등의 문화행사에 학생들의 참여가 적을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 소비하는 책이나 음반도 대중적인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의 경성대학교에서 금년들어 열린 공연만 해도 22차례나 되지만, 관람객 중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이 학교 문화시설 관계자가 밝혔다. 그것도 행사와 관련 있는 학과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일반 재학생들은 학교내에서 벌어지는 고급 문화 행사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교 내 소극장에서 펼쳐진 공연을 관람한 최규림(24) 씨는 “무료 공연인데도 관람자의 70%는 공연 관계자의 지인들이었다"며 “학생들이 이런 공연을 자주 찾는 문화생활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대학 내의 공연 시설 말고도 부산문화회관, 40여개의 미술 갤러리, 30여개의 연극 소극장 등 다양하고 많은 문화공간이 있다. 하지만, 이들 문화 시설을 찾는 대학생들의 숫자는 많지 않다고 한다.
4월 한 달 동안 부산문화회관에 열린 공연은 총 55차례나 된다. 그러나 공연장에서 대학생들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실제로 공연을 본 해운대구 좌동의 이영은(24) 씨는 “클래식 연주회를 좋아해 자주 문화회관을 찾는데 제 또래의 대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요즘 대학생들은 아무래도 클래식보단 아이돌 노래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 중동에 자리한 갤러리 ‘이듬’을 찾는 관람객은 하루 평균 5명 정도다. 강금주 대표는 “다른 화랑에 비해 관람객이 많은 편”이라며 “대학생들은 단체 수업이 아니면 거의 안 온다”고 말했다. 강 씨는 “대학생들에게 좋은 공간이 되고 싶으니 많이들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예매 전문 사이트 '인터파크'에서 지난 3월에 부산에서 열린 연극 19편의 예매자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20대가 전체 예매자 중 52.8%를 차지했다. 한 소극장 관계자는 “최근 연극을 보는 대학생들이 많다고 해도 대부분이 로맨틱 코미디만 본다”며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올리고 싶어도 사람들이 로맨틱 코미디만 보니까, 우리는 로맨틱 코미디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이 고급문화는 멀리하고 가벼운 흥미 위주의 대중문화만 선호하는 모습은 서점이나 음반 판매점에서도 보인다. 대부분의 서점이 베스트셀러를 서점 한 가운데에 두고 고전문학은 구석에 배치하고 있으며, 이제 클래식 음반을 보유한 음반 판매점은 대형 음반점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가 근처에 위치한 한 서점 관계자는 “영업 비밀이라 정확한 매출을 말해줄 순 없지만 베스트셀러와 고전문학의 수익 차이가 꽤 많이 난다”며 “대학생들이 고전문학을 찾는 경우는 과제 아니고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해운대에 위치한 한 음반 판매점에서는 클래식 음반은 아예 팔지 않고 아이돌 음반과 트로트만 팔고 있다. 음반점 주인은 “옛날에는 클래식 음반이 꽤 팔렸지만 지금은 클래식을 찾는 사람이 없어 아예 들여놓지 않는다”며 “대학생들은 K-pop이나 외국 pop만 듣지 클래식은 안 듣는다. 우리 가게에 클래식CD 있냐고 물어본 대학생은 여태까지 한 번도 못봤다”고 말했다.
동서대에 재학 중인 최유경(22) 씨는 “솔직히 영화랑 달리 연극은 어렵고 재미가 없어서 잘 안 보게 된다”며 “요즘 방송에서 나오는 책들은 이해하기 쉽고 재밌어서 보게 되지만, 고전문학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재미없어서 안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아마 나 말고 다른 대학생들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논설위원 이대현 씨는 시빅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고전 문학이나 순수 예술은 사람의 이성과 사고, 지식을 깊고 넓게 해주는데, 젊은 시절에 순수 문화를 접하지 않고, 인문학에 대한 책을 읽지 않으면, 평생 그것을 가까이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 문화와 예술, 고전에는 대중문화가 주지 못하는 지적 즐거움이 있으므로, 그 바탕 위에서 대중문화의 감성적인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