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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가로막는 집단이기주의 ‘집값도 생존권?’, 장애인 향한 차가운 시선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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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가로막는 집단이기주의 ‘집값도 생존권?’, 장애인 향한 차가운 시선이 문제
  • 편집위원 이처문
  • 승인 2017.09.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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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위원 이처문
편집위원 이처문
어린 시절의 신체적 결함은 장애인에게 정신적 좌절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장애가 자극제가 되어 다른 분야에서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장애를 극복한 성공 사례를 들여다보면 주변의 보살핌과 사회의 따뜻한 눈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은 8세 때 세 번의 신경 쇠약에 걸려 후유증으로 ‘시드남 무도병(sydenham chorea)’을 앓았다. 특이한 동작으로 팔과 다리, 몸을 흔드는 질병이다. 그는 병 때문에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당해 두 달가량 학교에 가지도 못한 채 집에서 지냈다고 한다.
앤디 워홀이 그린 마릴린 몬로(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그를 일으켜 세운 건 그의 어머니와 인근 박물관의 그림 교실이었다. 앤디 워홀은 집에서 어머니가 건네준 만화책과 영화 잡지를 탐독했다. 또 토요일에는 피츠버그 카네기 박물관에 가서 그림 수업을 받았다. 그림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잠자던 자존감을 되찾은 것이다.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는 6세에 소아마비에 걸렸고, 16세에는 철제 막대가 허리를 관통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30여 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치명적 장애는 세 차례의 유산과 불임으로 이어졌다. 그녀의 삶에 반복된 고통과 절망은 수많은 작품의 ‘오브제’가 됐다. 장애가 그의 창작열에 불을 붙인 것이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39세 때 갑자기 찾아온 소아마비를 딛고 ‘대통령 4선’ 기록을 세운 인물이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1921년 캄포벨로 여름 별장에서 찬물에 빠진 뒤 소아마비 진단을 받은 그는 걷지도 못한 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정치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그는 일말의 기대를 걸고 조지아주의 온천마을 ‘웜스프링스’에서 재활 치료를 받는다. 온천수 안에서 혼자 서기에 성공한 루즈벨트는 용기를 얻어 정치 재개를 선언, 1928년 뉴욕 주지사에 이어 1932년에는 대통령에 당선된다. 이 곳에 있는 세계적인 통합재활센터 ‘루스벨트 웜스프링스 재활원’에는 지금도 매년 5000여 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영화 <웜 스프링스>는 장애에 좌절하지 않는 루스벨트의 낙관성과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 32대 대통령(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언어장애가 있었던 윈스턴 처칠은 끝없는 훈련으로 말더듬이를 극복해 웅변가로 변신했다.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은 난청으로 고생했고, 조각가 로댕은 지극한 근시로, 장 폴 사르트르는 오른쪽 눈 장애에 시달렸다.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은 지독한 난독증을 딛고 뛰어난 작사가이자 연주가로 변신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는 다섯 살 때 디프테리아로 시력과 신장이 심하게 손상돼 2년간 휠체어를 타야 했다.
윈스톤 처칠 영국 수상(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루게릭병에도 불구하고 블랙홀 연구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스티븐 호킹은 2012년 WHO 세계장애보고서 발간 환영사에서 “장애는 성공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신경원질환을 가진 채 대부분의 성인기를 보냈지만 그런 사실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리고 천체물리학에서 학문적 업적을 쌓는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대학 시절 조정 선수로 활약했던 스티븐 호킹은 1962년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입학한 뒤 갑자기 루게릭병이 발병해 1~2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병으로 인해 근육이 점점 마비돼 책 한 장 넘기기 힘들었고, 한 줄의 공식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암산으로 수식을 푸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결국 박사학위를 따냈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스티븐 호킹의 말대로 장애는 성공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장애는 정상적인 교육을 받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불거진 사회적 갈등은 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집단 이기주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장애 아동 학부모들이 특수학교를 신설하게 해달라며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했지만, 주민들은 “집값도 생존권”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때리면 맞겠다. 특수학교만 설립하게 해 달라”는 학부모의 절규에도 천박한 ‘집값 논리’는 꿈쩍도 않는다. 교육부가 현장 조사 자료를 토대로 특수학교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모양새다. 근거가 모호한 ‘국립한방병원 유치’가 주민들의 발목을 잡은 듯하다.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 부지에 한방병원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민망하다. 소수라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다수로부터 배척당하고 소외당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문명사회라 할 수 없을 터.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을 비롯한 대도시들이 떠안고 있는 공통된 현안이다. 무엇보다 장애 아동의 교육권을 남의 일로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야말로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첨예한 갈등을 조정하려면 현실적인 절충안도 필요할 것 같다. 특수학교에 주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나 문화교실 등을 함께 운영하는 방안이 괜찮을 듯하다. 부산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명지 레포츠센터’를 벤치마킹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부산 강서구 쓰레기소각장 옆에 들어선 이 시설은 지역 주민들에게 이용료를 대폭 할인해주고 있다. 이번 기회에 특수학교가 지역 주민과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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