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아이만 하차한 상태에서 아이 엄마의 내려달라는 요청을 묵살하고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던 서울 건대앞 240번 버스 논란이 제2막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온 인터넷 커뮤니티를 도배했던 기사에 대한 욕설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당시 현장을 담은 CCTV가 공개되면서 부터다.
이날 YTN은 건대역 버스 정류장 인근에 설치된 CCTV를 확보,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승객 10여 명이 내리고 문이 닫히기 직전 한 여자 아이가 급하게 뛰어내린다. 당초 온라인상에서는 아이가 승객들에 떠밀려 내렸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영상으로 확인된 아이는 스스로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이다. 승객들이 모두 하차한 후 버스는 20초 정도 지나 270m 떨어진 다음 정류장에 하차했다. YTN에 따르면, 건대역 정류장에서 다음 정류장까지는 중앙 차선제를 시행하는 곳이어서 차선 변경이 어려웠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가 버스 내 CCTV를 확보해 조사했다. 서울시는 버스 기사에게서 문제가 될 만한 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13일 공식 입장을 통해 “240번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운전기사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터넷에 알려졌던 것과 내용이 많이 달라 내부에서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차선을 변경한 상황이라 정차하면 2차 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기사가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를 세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240번 버스 내부의 모습을 담은 CCTV는 아이 엄마의 반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240번 버스 기사의 딸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올린 글도 이 같은 정황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아버지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버스 기사는 욕설을 한 적이 없으며 아이 어머니가 ‘울부짖었다’는 표현도 과장됐다고 한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아이의 나이는 당초 알려진 4세가 아닌 7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버스 기사의 냉정함을 질타하던 여론이 반전됐다. 또 당초 이를 SNS에서 처음 공론화한 사람도 논란을 의식한 듯 인터넷 커뮤니티에 재차 글을 올려 당시 상황을 상당 부분 정정했다.
그는 “나로 인해 상황이 커져 너무 죄송하다”며 “아이의 나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그 상황에서는 아이 엄마에게만 감정이 이입돼 글을 썼다”고 고백했다. 이어 “아이 엄마가 내려 달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려서 기사님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기사님이 아무 말씀 없이 운전을 하길래 당연히 기사님 잘못이라 생각했다”며 “기사님께도 죄송하고 아이 어머니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충격에 빠졌다. 한쪽 입장만 들으면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한 네티즌은 “CCTV 영상이 없었으면 공연히 버스기사만 욕 먹고 직업까지 잃을 뻔했다”며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최초 유포자 및 거짓글 퍼트린 사람들은 죄다 무고죄로 고소해서 혼쭐이 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애 간수 못한 엄마도 잘못”, “엄청 작은 아이처럼 과장하더니 CCTV 보니까 어른이 내리는 줄 알았다”, “진실이 밝혀져서 다행”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편 현재 해당 240번 버스 기사는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아 이틀 연속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