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독일 베를린으로 출장 갔던 남 지사는 19일 오전에 급거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남 지사의 장남은 군인 시절 후임병 폭행 혐의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는 17일 밤 11시쯤 필로폰 투약 혐의로 남 지사의 장남(26)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했다. 체포 당시 남 씨는 눈이 충혈된 상태였고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남 씨가 즉석 만남 채팅 앱에 남긴 글과 사진을 바탕으로 남 씨의 꼬리를 밟았다. 서울 신문 보도에 따르면, 남 씨는 지난 15일 채팅 앱에 마약을 칭하는 은어인 ‘얼음’을 갖고 있다며 “화끈하게 같이 즐길 여성을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실제로 필로폰을 투약하는 상황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 등도 채팅방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여성으로 위장해 수사하던 경찰관에게 필로폰 투약을 권해 덜미가 잡힌 것.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필로폰 투약 사실을 인정했고, 체포 후 소변 간이 검사 결과에서도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같은 서울신문이 보도했다. 남 씨는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지인을 통해 필로폰 4g을 구매했고, 15일 필로폰을 속옷에 숨겨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했다. 4g은 13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후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자신의 집에서 한 차례 투약했다. 남 씨의 자택에서는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필로폰 4g 중 남은 2g도 발견됐다. 남 씨는 마약 전과는 없는 것으로 보도됐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남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금명간 결정할 계획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간이 검사 결과 남씨 소변에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다”며 “정밀 검사를 하기 위해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의자 심문은 19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독일 베를린 출장 중 장남의 체포 소식을 들은 남 지사는 페이스 북에 사과의 글을 게시했다. 남 지사는 18일 “국민 여러분, 경기도민 여러분 죄송하다”며 “제 큰 아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이어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하겠다”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남 지사는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마약 투여 혐의를 받는 남 지사의 장남 소식에 온라인에는 남 씨에 대한 비난 글이 쇄도했다. 한 네티즌은 “스물여섯 살이나 먹고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 발목을 잡는다”며 “철딱서니 없는 아들”이라고 쓴소리를 뱉었다. 그는 “중국에서 잡혔으면 사형감인데 운도 좋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마약 관련 범죄에 굉장히 엄격하다. 내·외국인 따지지 않고 15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심지어 사형까지 선고한다.
일부 국민은 장남 문제로 스케줄을 미처 다 끝내지 못하고 귀국하는 남 지사의 행동도 지적했다. 직장인 김모 씨는 “일반 회사에서 자식 문제로 출장 갔다가 급히 돌아오는 일은 상상도 못한다”며 “일을 마무리하고 와야지 공사 구분도 없나”라고 반문했다. 김 씨는 “다 큰 성인 아들이 본인의 행동에 책임지게 하라”고 말했다. 한 네티즌도 “자식이 위독한 것도 아니고 경찰에서 조사 잘 받는 아들을 보러 왜 일정 취소하고 귀국하냐”며 “세금으로 출장 간 게 아깝다”고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한편, 공직자 아버지를 둔 장남 남 씨가 범죄로 물의를 빚은 것은 이번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강원도 철원군 소재 육군 제6사단 헌병대 복무 시절 후임병을 폭행,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